[인터뷰] 험지 TK서 버틴 20년…임미애가 최고위원에 도전한 이유


총선·정권 재창출 위해 TK 전략 필요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해야
"후배는 나보다 좋은 환경서 정치했으면"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에 대한 당의 명확한 전략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임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당원들 중에는 '설마 너희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 말이 너무 아팠어요. 우리는 이기기 위해 출마했고 49%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찍었다는 건 당과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에요. 이제는 그 기대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대구·경북(TK) 순회 경선 다음 날인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패배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의 오랜 영남권 소외와 전략 부재는 임 의원을 최고위원 출마로 이끌었다. TK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인 그는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 재창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에 대한 당의 명확한 전략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그동안 당선자를 내지 못한 대구·경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당의 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TK에 대한 관심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도 끊어야 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선거를 지켜보며 느낀 문제의식도 같았다. 선거 과정에서는 당이 TK의 숙원사업 해결 등 뭐든 다 해줄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히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당선자가 없으니까 잊어버린다. 지금이야 6월 선거를 기억하지만 연말이 되고 내년이 되면 기억하겠나. 다시 무(無)에서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대구·경북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유권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다른 출마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511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한 현실에서 현행 선거제도의 한계를 절감했다. 임 의원은 "집권여당으로서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큰 과제"라며 "이렇게나 많은 무투표 당선자가 발생하고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책임 있게 선거제 개혁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에 선출될 경우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임미애표 과제' 역시 선거제도 개혁이다. 특히 광역의회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가장 시급한 건 광역의회 선거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면 시범적으로라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기초에서 성장한 사람이 광역으로 나갈 수 있고, 광역에서 성장한 사람이 단체장도 하고 국회의원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임 의원은 "우리 사회에 준비되고 훈련된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다"며 "국회의원이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자꾸 영입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나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에 선출될 경우 대구·경북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박헌우 기자

2주차 순회 경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현재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5위까지인 당선권 밖이다. 최고위원 선거가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경쟁 구도로 흐르면서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투표에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TK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지켜온 그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리의 문제를 드러내고 싸워야 하는 시점에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의제조차 뒤로 감출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당원들을 보면서 '우리는 늘 그래서 졌다'는 생각을 한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그가 꿈꾸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TK 유권자와 민주당 사이에 상시적인 소통 창구부터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임 의원은 "가장 큰 것은 대구·경북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필요한 것"이라며 "최고위원이 된다는 것은 당이 이 전략을 채택해서 대구·경북 유권자들과 소통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주요 정책 과제들과 민주당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당대표로서 지난 1년간 보여준 리더십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의원은 "야당의 당대표로는 딱 맞았다"면서도 "정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여당에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전당대회 이후에는 무엇보다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한 선언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모르지만 지지자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빚어진 일들과 관련해 당이 어떻게 하겠다는 선을 긋고,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기 위한 선언이 제일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년간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정치를 이어온 경험을 돌아보며 오히려 저를 좌절하게 만들거나 슬프게 만드는 사람은 저를 알지 못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 털어놨다 /국회=박헌우 기자

이처럼 임 의원이 TK 전략과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하는 데는 20년간 험지에서 민주당 정치를 이어온 경험이 깔려 있다. 그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뜻밖에도 정치적 반대편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저를 좌절하게 만들거나 슬프게 만드는 사람은 저를 알지 못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그게 제일 아프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을 향해 "다음번 선거에 우리 지역에서 출마해 주시면 제가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24시간 밤잠 안 자고 선거운동을 도와드리겠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질타이기에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반대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지지자들의 응원은 그의 동력이다. 임 의원은 "그들의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로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난다"라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으로 임 의원은 2022년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꼽았다. 당의 부름이 지역 정치에서 발을 뗄 생각이 없었던 그의 정치 인생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는 "국회의원이 꿈이었던 사람이 아니다. 군의원, 도의원을 하며 내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며 "2022년 대선 패배 후 당의 요청으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성을 벗어나 경북 전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4년은 소용돌이치는 듯한 시간이었다"며 "2022년은 '정치인 임미애'가 세상에 드러난 계기였다"고 표현했다.

험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국회에 입성한 만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단순히 의정활동을 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여전하다. 임 의원은 "다음 선거만 생각한다면 그냥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면서도 "저한테 주어진 과제가 의정활동을 잘해서 '네 이름 빛내라'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TK에서 민주당의 낮은 위상과 불합리한 선거제도,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의 끝에 대해 내가 선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후배는 저보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정신없이 돌아가는 순회 경선 현장에서 연설하는 그의 모습은 빛을 발했다. 임 의원은 "사실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연설을 잘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집중력도 약간 떨어지고 '이 얘기는 하면 안 돼, 저 얘기는 하면 안 돼'하는 생각이 많아져 말이 툭툭 막힐 때가 있다. 옛날에는 훨씬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에게 정치의 끝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지금 자신이 선 자리에서 해야 할 몫을 다하고, 다음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나는 그냥 내가 선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어느 시점에 정리가 되면 그다음은 다음 후배가 해야 한다. 이왕이면 그 사람은 저보다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했으면 좋겠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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