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가운데 하반기 시장의 흥행 여부를 가를 변수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및 사전수요예측 제도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사는 스팩합병·이전상장·코넥스 등을 제외하면 17곳에 그쳤다. 최근 10년간 상반기 기준 연평균 27개 종목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약 59% 감소한 수준이다.
공모금액도 크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공모금액은 전년 대비 48.7% 감소한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한 연평균 공모금액인 1조6000억원과 비교해도 약 30% 적은 규모다.
그나마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어급으로 꼽힐 만한 기업이 케이뱅크 한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LG CNS와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기업 4곳이 증시에 입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IPO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제도 변화가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가이드라인이 변수다.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장 추진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그룹사·계열사 대어급 기업이 새로운 절차에 맞춰 상장에 나선다면 오히려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6년 상반기 IPO 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하반기부터는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진행 경과 등을 지켜본 후 점차 적응하면서 IPO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일부 대어급 그룹사 계열 종목이 이 절차에 맞춰 상장에 나서게 된다면 더욱 높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새롭게 시작하는 제도인 만큼 상당 기간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는 모회사 주주 동의를 확보한 뒤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자회사 입장에서는 두 기업처럼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확보할 경우 중복상장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및 사전수요예측 제도도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변수로 꼽힌다.
해당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단계에서 예비상장기업과 상장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투자 수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를 전제로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모가 산정 과정의 사전 정교화를 통해 상장 초기 주가 급등락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중소형 공모주의 흥행 여부도 중요하다. 이번 주에는 5개 기업이 일반청약과 수요예측에 나선다. 아웃도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기도산업은 11~12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이어 해치텍과 니어스랩이 12~13일, 빅웨이브로보틱스가 13일 일반청약에 나서며 스카이랩스는 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들 기업의 청약 성적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 이후 주가 흐름까지 뒷받침될 경우 최근 중소형 공모주에서 확인된 투자 수요가 대형 IPO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IPO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일부 기업의 상장 흥행이 시장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상장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고 대어급 기업의 IPO 추진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IPO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약 40여개로 상반기 대비 소폭 증가한 편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IPO 심사청구 이후 1~2개월 이후 승인을 받은 기업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여 3분기말부터 4분기에는 IPO 시장은 상반기 대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약 덕산넵코어스와 디티에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해 시장에 입성한다면 상장을 고민 중인 일부 대어급 종목들도 언제든지 다시 상장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공모 금액을 기록할 수 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