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조태일문학상에 박두규 시인 선정


시집 '두텁나루 숲 뒷간에 앉아', 조태일 문학정신 창조적 계승 평가

전남광주시 곡성군과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박두규 시인을 선정했다. 박두규 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표지. /곡성군

[더팩트 l 곡성=김영신 기자]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의 박두규 시인이 선정됐다

전남광주시 곡성군과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는 조태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이를 이어갈 작품을 선정하는 제8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자로 박두규 시인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박두규 시인의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는 자연 속에 자신을 놓고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는 시집이다. 시인에게 '두텁나루숲'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바깥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시집의 제목이 된 '뒷간'은 이러한 사유가 집약된 공간으로 등장한다. 시인은 뒷간에 앉아 안개가 걷히고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상의 소박한 풍경에서 출발한 시적 시선은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랑'과 '영성'에 대한 탐구다. 특히 4부 '사랑의 완성'에서는 인도의 영적 스승 슈리슈리 아난다무르띠의 가르침에서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영적 수행을 뜻하는 '사다나(Sadhana)'의 의미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를 넘어 타자와 자연, 나아가 우주와 하나 되는 의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숲에서 시작된 시인의 사유가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되면서 개인의 내면과 사회, 자연을 연결하는 시적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다.

심사위원회는 박두규 시인의 작품에서 '언어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시집은 현실을 과장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며 "사물 하나, 풍경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인내 속에서 시대의 상처와 인간의 존엄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며, 생명의 미세한 결을 놓치지 않는 감각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심사위원회는 박두규 시인의 시가 조태일 시인의 문학정신을 단순히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조태일 시인의 시가 민중의 삶을 통해 국토의 생명성을 발견했다면, 박두규 시인의 시는 생태와 공동체의 감각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복원한다"며 "조태일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시대적 과제에 맞게 창조적으로 확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오늘의 시가 더욱 화려한 언어와 복잡한 형식을 경쟁하는 시대에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집"이라며 "생명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묵직한 언어로 증언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사는 도종환·김수열·서효인·신철규 시인과 고봉준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박두규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몸도 균형감을 잃으면 바로 설 수 없지만 마음 또한 균형감을 잃으면 평안하지 못하고 매사에 흔들리게 된다"며 "문학이라는 것도 자기완성을 위한 수행과 사회적 복무를 위한 실천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를 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집은 이런저런 이유로 바깥 상황보다는 안으로 더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조태일 선생님을 보다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게 해준 심사위원님들과 문학상을 추진해 오신 관계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두규 시인은 1985년 '남민시' 창립 동인으로 등단했으며, 1992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과꽃 편지', '당몰샘', '숲에 들다', '두텁나루숲, 그대',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등의 시집과 '지리산, 고라니에게 길을 묻다', '生을 버티는 문장들'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전교조 창립과 함께 20여 년간 활동했으며 순천작가회의, 여순사건순천시민연대, 순천교육공동체시민회의 등을 창립해 지역 문예운동과 여순사건 진상규명, 고교평준화 운동 등에 참여했다.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한국작가회의 이사와 부이사장을 지냈으며,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는 두텁나루숲으로 거처를 옮긴 뒤에는 ‘지리산사람들’ 대표와 문화신문 '지리산 人' 편집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한편 제8회 조태일문학상은 상패와 상금 2000만 원, 조태일 시인의 대표작 '국토서시'를 새긴 고(故) 정병례 작가의 전각 작품을 수상자에게 전달한다.

시상식은 오는 9월 12일 오후 3시 곡성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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