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폴리실리콘 및 파생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관련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조처로, 다만 이번 결정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폴리실리콘과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수입에 최저 수입 가격제를 적용하고, 일부 파생상품에는 15%의 종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그는 포고령에서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할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당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폴리실리콘에 1㎏당 21달러(약 2만9800원), 폴리실리콘 잉곳과 웨이퍼엔 1㎏당 100달러(약 14만2000원)의 최저 수입 가격을 적용한다. 잉곳, 웨이퍼, 모듈 등 파생상품에는 15% 관세도 부과한다. 발효일은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오전 0시 1분이다.
이번 조치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등을 통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 등 저가의 외국산 제품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미국 내 관련 산업 기반을 보호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해당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의 핵심 원료에 대한 관세 부과 내용이어서다. 다만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폴리실리콘의 비중이 미미한 데다, 미국의 조치 자체가 애당초 중국산 제품을 겨냥해 규제를 강화하는 성격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로 인해) 리스크가 생긴다면 원가 부담일 텐데, 그렇게 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고객인) 미국 빅테크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반도체 영역에서 어떠한 영향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대목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금 굳이 국내 반도체와 연결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그간 반도체와 관련한 품목 관세 얘기가 지속해서 나왔는데, 아직 현실화된 관세 부과 조치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 움직임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업계는 태양광이다. 중국산 저가 폴리실리콘 및 파생상품의 미국 내 유입을 억제하는 만큼, 향후 공정 경쟁 여건 마련과 수익성 개선 등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 등은 이날 미국 조치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는 성명을 통해 "백악관의 결정은 미국 태양광 에너지 제조의 현실을 균형 있게 고려한 조치"라며 "동시에 폴리실리콘부터 완성된 패널까지 전 공급망을 미국 전역에 구축하려는 우리의 야망을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투자, 더 많은 일자리, 그리고 앞으로 나올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 제조 업체들은 이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미 정부의 폴리실리콘 수입 규제 발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 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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