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제 얼굴에 침 뱉는 민주 당권주자들


후보 간 설전 위험수위 치닫아 당내 우려
갈등·분열 키우면 훗날 정치적 부담 커져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사진은 기호 2번 정청래(왼쪽)·기호 3번 김민석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전대)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갈수록 당권주자 간 입씨름이 거칠어지고 있다. 정치적 동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의 명확한 구도 속에 '양강 구도'를 형성한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 간 설전이 거리낌없이 오가고 있다.

정 후보는 김 후보의 탈당 전력을 들며 '배신자론'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못 믿을 사람" "나쁜 사람"이라며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신천지 개입 의혹과 형사소송법 5월 처리 제안설 등을 펴며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친명과 친청의 최고위원 후보들도 "박쥐"와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줄임말)라는 표현을 쓰는 등 난타전이 한창이다.

전대 과정에서 상호 견제는 불가피하다. 우세를 점하기 위해 상대를 향해 공세를 펼 수도,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거대 양당에서 모두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어떻게든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식의 선거 풍토는 깊숙이 뿌리박힌 지 오래다.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공명선거와 페어플레이를 약속해도 결국에는 네거티브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그렇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이 당연한 건 아니다. 실제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만난 한 구성원은 "국민의힘 상대하는 것보다 더 격한 것 같다"라며 자조 섞인 푸념도 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일단 '어음'을 지르는 식인데 나중에 책임은 연대 책임이라는 게 문제"라며 당자주자들을 지적했다. 이게 현재 민주당 전대의 불편한 현주소다.

송영길·김민석·정청래 민주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이미 민주당 전대를 두고 '명청대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계파 정치는 노골화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여기에 당권 경쟁이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말과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판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이기에 계파 갈등은 전대 후반부로 향할수록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후보자 합동연설회나 온라인 등 장외에서도 당원끼리 서로를 헐뜯으며 적대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대 경선 과정에서 과열 양상이 심해지자 당 선관위가 제동을 걸 정도다. "합동연설회장 안팎에서의 소란, 지지자 간의 충돌 위험 등 선거운동 수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라며 불법·방해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당권주자들의 갈등 유발 책임이 있다.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뒤 승자의 포용만 보여준다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아니다. 과거를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도부에서 계파 갈등이 드러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국엔 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연결됐다. 여당이면 정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며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현재 정부와 당에 침을 뱉는 격인 셈이다.

민주당 전대가 '막장 전대'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원들의 축제가 아니라 전쟁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당권주자들이 당 비전이나 리더십과 무관한 언행을 지속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다급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갈등과 분열의 화력을 키운다면 훗날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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