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원활하다며 전례 없는 직격…조현 '이상주의' 발언 논란


타부처 업무보고에 수위 높인 공개 발언
정동영 "이상이 있어야 현실 바꿔" 반박
외교부, 예정에 없던 브리핑 열고 진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일 조현 외교부 장관의 통일부 업무보고는 이상주의 발언에 대해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며 서로 잘 협조해야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정 장관과 조 장관.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업무보고에 대해 '이상주의적이니 디스카운트해달라'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제시한 4자 회담 등은 관련국과의 치밀한 교섭을 전제로 하는데, 어느 정도의 사전 조율 없이 이를 공개했다는 불만으로 관측된다.

다만 특정 부처 장관이 타부처 업무보고를 이처럼 수위를 높여 직격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군다나 두 부처의 정책 조율 메커니즘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외교부 측 설명대로라면, 이견을 굳이 공개 석상에서 표출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업무보고 끝난 당일에 "이상적인 말…디스카운트를 좀 해달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의 이상주의 발언에 대해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며 "서로 잘 협조해야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장관은 전날 외교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제안한 '4자(남북미중) 대화 동력 확보'와 관련해 "이상적인 말씀을 우리 정 장관께서 한 거니까 디스카운트를 좀 해달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밖에 조 장관은 정 장관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EEF)의 정부 참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그건 외교부 몫"이라고 잘라 말했고,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플러스)' 구상에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거쳐 합의 결정된 문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조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시기와 형식, 내용 면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타부처 업무보고가 끝난 당일, 브리핑이라는 공개 석상에서 이상주의나 디스카운트 같은 표현으로 해당 부처의 정책 구상을 평가절하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고 "대통령님과 국민들께 어려운 환경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작은 기회라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보고를 드린 것"이라며 "이러한 자세와 접근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두 부처의 이견 노출과 관련한 질의에 "이견 노출을 저희가 했느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저희는 해왔던 대로 평화 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조 장관의 발언이 부처 간 엇박자 논란으로 확산하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었다. /임영무 기자

◆조율 메커니즘 강해졌다는데…'비공개' 아닌 공개 선택한 배경 의문

조 장관의 발언이 부처 간 엇박자 논란으로 확산하자 외교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발표한 일부 사안은 조율을 거치지 않은 단계라면서도 "통일부 보고 내용 전체를 반대하거나 외교부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부는 NSC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일관된 정책을 유관 부처들과 긴밀한 공조 하에 추진하고 있다"며 "통일부가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NSC 차원에서 조율 과정을 거쳐 정부가 원팀이 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내에서는 통일부가 제안한 4자 대화 등은 장기 목표로 설정할 수 있지만, 남북 관계 단절과 북미 관계 불확실성으로 여건 조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율되지 않은 정책 구상이 공개될 경우 관련국의 문의에 대응하고 설득에 나서는 데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미 정상 간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에 '+'가 붙은 통일부의 새로운 정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고위 당국자는 "통일부와 어느 때보다 협조·정보 공유·조율 메커니즘은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소 한 달에 한 번 차관급 협의를 갖고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처 간 이견과 정책 방향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조 장관이 통일부를 공개 겨냥한 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그 정도로 이견이 있다면 비공개 방식을 활용하는 게 합리적인데 조 장관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 입장에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고 결례라는 표현도 그래서 나도는 것"이라고 짚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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