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은 1년째 표류인데…내년 22% 과세 강행, 가상자산 투자자 반발 확산


내년 1월 과세 시행…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세율 적용
국민의힘 "폐지·유예" vs 민주당 "예정대로"…정치권 공방 본격화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반면 과세는 계획대로 추진되면서 "시장 제도는 미완성인데 세금부터 걷는다"는 비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이뤄질 예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한 뒤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현행법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과세 폐지 또는 추가 유예를 주장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 폐지' 청원은 공개 일주일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청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가장 큰 쟁점은 조세 형평성이다. 일반 투자자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서 주식 양도차익에는 사실상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반면, 가상자산에는 250만원을 초과한 수익부터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간 자산 이동과 해외 거래소 거래, 스테이킹, 디파이(DeFi), 에어드롭 등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 내역 입증과 취득가액 산정 책임 상당 부분이 투자자에게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신고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역시 과세 시스템과 신고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시행할 경우 국내 투자자의 해외 거래소 이탈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세청은 최근 디지털자산총괄과를 신설하는 등 과세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지만, 업계에서는 제도적 준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과세 자체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운 과제라고 진단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과세 시행 초기에는 시장 위축과 일부 투자자의 해외 거래소 이동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과세는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과세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정착시킬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또 다른 배경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편입하는 기본법과 과세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정은 연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를 선호하는 반면, 업계는 핀테크와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은행 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역시 핵심 쟁점이다. 당정은 거래소 인가제 도입에 맞춰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는 민간 투자 위축과 재산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황 교수는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이 정리되면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올해 안에는 큰 틀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본법 논의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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