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축사는 짧게, 시민 박수는 길게…영주시가 보여준 축제 변화

행정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이라고 강조한 민선9기 황병직 영주시장이 2026 영주 시원나잇 페스타 행사에서 지정석을 없애고 일반 시민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초록색 네모 안이 황 시장과 임종득(오른쪽) 국회의원 /영주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할까. 무대에 오른 내빈일까, 아니면 무더위를 뚫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일까.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열린 '2026 영주 시원나잇 페스타'는 그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개막식에서 단골처럼 이어지던 기관장과 내빈들의 축사를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대신 공연을 앞당겼고 시민들은 기다림 없이 곧바로 축제를 즐겼다.

사소한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축제의 오랜 관행을 돌아보면 결코 작은 결정은 아니다.

많은 축제는 개막식이 시작되면 내빈 소개와 축사가 길게 이어지고 정작 시민들은 땡볕이나 무더운 밤공기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축제의 주인이 시민인지, 내빈인지 헷갈릴 정도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주시는 이번 축제에서 그 공식을 깨뜨렸다. 공연은 예정대로 시작됐고 시민들은 불필요한 기다림 없이 축제를 즐겼다. 현장에서는 "지루한 개막식이 없어 좋았다", "바로 공연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축사는 없어졌지만 축제의 품격은 오히려 높아졌다. 행사의 의미는 공연과 체험, 시민들의 웃음 속에서 충분히 전달됐다.

형식을 줄이니 시민 만족도는 커졌고, 축제장은 더 오래 머무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결국 축제의 성공은 연설 시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얼마나 즐기고 머물렀는가로 평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민선 9기 황병직 영주시장의 선택은 '행정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시장이 가장 오래 마이크를 잡는 대신 시민들이 가장 오래 공연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말보다 시간을 시민에게 돌려준 결정이었다.

물론 모든 행사의 축사를 없앨 수는 없다. 기념식과 국가행사처럼 상징성과 의전이 필요한 자리도 있다. 그러나 시민이 즐기기 위해 찾는 축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축제는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체험하고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어야 한다.

영주의 이번 시도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축제의 경쟁력은 더 이상 화려한 개막식이나 긴 축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의 시간을 얼마나 존중하고 관람객의 만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축사를 줄였더니 시민의 박수는 더 커졌다. 어쩌면 이것이 영주가 이번 여름 가장 값진 성과로 남긴 '축제 혁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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