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음문석, '호프'로 인생캐 새기고 다시 연습실로


마을에 벌어진 엄청난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목수 양배 役
"대중의 관심=연습실 가는 원동력…질감 있는 연기 보여주고파"

배우 음문석이 영화 호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스트 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자신을 향한 대중의 칭찬은 곧 연습실로 향해 더 발전하는 내일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매 작품 안주하지 않고 다채로운 얼굴을 꺼내며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왔고, '호프'로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탄생시킨 배우 음문석의 다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음문석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마을에 벌어진 엄청난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목수 양배 역을 맡아 작품에 긴장감을 제대로 불어넣었다.

영화와 자신을 향해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을 만난 음문석은 "과대평가돼 있어서 불안하다. '연기를 잘한다'고 하시는데 감독님이 다 만들어주셨다. 이런 것들이 다시 연습실을 가는 원동력이 된다"며 "제가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너무 업되지도, 다운되지도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한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해주시는 것 같다. '이제 됐다'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15일 스크린에 걸린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음문석은 마을에 벌어진 엄청난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목수 양배로 분해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먼저 음문석은 오디션을 보고 '호프'에 합류한 과정을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연기하기에 앞서 나홍진 감독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던 그는 영화 '곡성'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양배의 대사를 충청도 사투리로 선보이게 됐고, 이후 나 감독으로부터 '양배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데 절대 악이다'라는 설명을 듣고 캐릭터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나홍진 감독님께서 전 세계의 흉악범도 양배에 비하면 하수라고 하셨어요. 그 사람들은 잡혔는데 양배는 안 잡힌 게 그 이유였죠. 이러한 설명이 양배에 대한 정확한 키가 됐어요. 이후에 연기를 선보였는데 양배가 된 저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아서 더 집중이 되더라고요. 그 뒤로 연락이 와서 뛸 뜻이 기뻤어요. 나홍진 감독님의 작품에서 제가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너무 행복했죠."

작품의 중간 지점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양배는 경찰서에서 범석에게 본인이 아기 외계인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목수로, 그의 집에는 각종 동물의 사체와 마네킹이 전시돼 있어 불길하고도 의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음문석은 특수치아를 끼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파격적인 외적 비주얼을 완성하고, 지금껏 본 적 없는 톤으로 캐릭터의 대사를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치아의 착색까지 디테일하게 만들어주신 특수치아를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끼고 훈련했어요. 발음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고 이질감이 있어서 안면을 많이 써야되거든요. 연습하다 보니까 침이 안묻어서 입이 말려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황정민 선배와 대사를 맞출 때 침이 말라서 치아를 훑었는데 감독님이 이걸 캐치하시고 치아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 말을 안 믿는 상대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이입했죠. 완성본을 봤는데 감독님이 의도한 대로 이상한 친구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계획하고 접근한 건 없어요. 리얼로 그 안에 존재하려고만 했죠."

음문석은 과대평가돼 있어서 불안하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해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업되지도, 다운되지도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지금 관객들에게 많은 물음표만을 남기고 있는 양배를 연기한 음문석은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려내려고 했을까. 그는 웃으면서 쪽가위를 입에 넣으려는 조카의 행동을 통해 아이의 순수하면서도 무서운 면모를 포착했고, 이를 이번 작품에서 자신만의 서브텍스트로 형성했다고 밝혔다.

"양배는 사회적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어떠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너 나쁜 아이야'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마네킹에 속옷을 입히고 색칠하고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등의 행동은 양배에게 장난 같은 거죠.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자랑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는 저도 양배를 잘 몰라야 보는 사람도 모를 것 같았어요."

'호프'를 본 관객들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작품을 향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에 차를 운전하던 양배가 고양이를 핑계 삼아 핸들을 꺾으면서 차에 매달린 성기(조인성 분)를 떨어뜨리는 장면에 관해서도 진짜인지 거짓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연기할지 마침표를 찍는 순간 이 마음이 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기한 저도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몰라야 된다고 생각했죠. 확신을 갖고 고양이가 튀어나온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안된다고 봤어요. 이 구간에서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저에게도 열린 결말이에요. 확신 없이 대사를 하면서 캐릭터의 복잡한 지점을 살리려고 했고 감독님도 그 지점을 원하셨어요. 열린 결말로 만들어놓고 싶었어요."

음문석은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해 보고 노하우를 쌓으면서 질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배우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고스트 스튜디오

그렇다면 절대 타협하지 않고 집요하다고 소문난 나홍진 감독의 현장은 어땠을까. 그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음문석은 "디테일함은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고 이걸 밖으로 보여주시지는 않으신다. 현장에서는 위트있고 밝으셨다"며 "놀랐던 건 현장에서도 프레임 단위로 편집하더라. 이게 완성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에 한두 컷만 찍어도 명확하게 쓰는 것들이라서 재촬영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그는 나홍진 감독과의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칭찬한 봉준호 감독도 언급하며 "관련 영상을 100번 넘게 돌려봤다. 저의 이름을 말씀해 주신 것만으로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 말이 안 되는 일 같다.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어서 나태해지지 않고 다음 작품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2005년 가수 SIC으로 데뷔한 음문석은 가수로서 이렇다할 굵직한 활약상을 남기지 못하고 배우로 전향했고, 2019년 SBS '열혈사제'에서 단발머리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장룡 역을 맡아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영화 '범죄도시2' '육사오' '나혼자 프린스', 드라마 '아라문의 검' '달까지 가자' '조각도시' '모범택시3'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이에 힘입어 '호프'로 또 한 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힌 음문석의 다음 스텝은 2022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대중을 찾을 예정인 그는 "이 일을 오래하고 싶다.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해 보고 노하우를 쌓으면서 질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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