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계선지능인 126만명…지자체 지원하지만 '컨트롤타워' 부재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선지능인'
서울시부터 자치구까지 '맞춤형 지원'
중앙정부 업무 분산…통합 법률도 없어

성북구가 느린학습자를 위한 진로 체험과 문화활동 수업을 진행한다. /성북구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또래보다 학습과 의사소통,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인)'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위치해 있어 제도권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교육·복지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와 자치구가 맞춤형 교육과 취업, 자립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앙 컨트롤 타워 부재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능지수(IQ) 71~84 구간에 해당한다. 정규분포 기준 전체 인구의 약 13.59%로 추정되며 전국적으로는 약 659만 명, 서울에서는 약 126만 명에 달한다.

시와 자치구는 다양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를 중심으로 상담과 진단, 학습지원, 가족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느린학습자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 11월 청계광장에서 인식개선 행사 '같이 걷는 동행, 천천히 가도 괜찮아'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에 느린학습자 맞춤형 콘텐츠를 시범 도입했으며 올해는 지원 인원을 100명으로 확대했다. 상담센터도 1곳에서 4곳으로 늘리고 종합심리검사와 주의력 검사 등을 추가해 촘촘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자치구도 느린학습자 맞춤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성북구는 서울 자치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느린학습자 지원체계를 구축한 곳으로 꼽힌다. 올해 7월 기준 관내 느린학습자는 약 5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성북구는 2022년 '느린학습자 지원 조례'를 통해 복지를 넘어 평생교육 관점에서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느린학습자 자유학기 맞춤형 더 성장스쿨'로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자치구 지원사업'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슬로우 엑티브'를 통해 방송댄스와 자기방어 피트니스, 북한산 트레킹 등 스포츠 활동으로 기초체력과 사회성을 함께 키운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누림이네 꿈꾸는 씨앗교실'도 운영해 느림학습자에게 진로 체험과 문화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성북구 관계자는 "느린학습자는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위치한 대표적인 교육복지 사각지대"라며 "조기 발견과 맞춤형 평생교육 개입이 이뤄진다면 학업능력과 사회성 모두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이 느린학습자를 위한 스포츠 활동과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강북구, 서대문구

강북구는 동행지원가와 함께하는 스포츠 활동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느린학습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특강을 운영한다. 마포구는 느린학습자 아동을 지원할 중장년 디지털 강사를 양성하고 양천구는 문화체험과 생활기술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송파구는 교육지원청과 협력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학습 코칭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학 및 상담학 전공자들이 '송파런 학습 코칭단'을 구성해 느린학습자들을 돕고 있다.

성인 느린학습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노원구는 청년의 자립을 돕는 '달팽이 상사' 사업을 통해 지역 편의점과 연계한 직무교육과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이달 달부터 본격적인 일 경험을 시작한다.

서대문구는 성인 느린학습자를 대상으로 바리스타와 디지털 드로잉 등 직업체험 프로그램 '나의 직업 사용설명서'를 운영하며 '발굴-교육-사회참여'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느린학습자는 장애인도 특수교육 대상자도 아닌 경우가 많아 거주 지역이나 보호자의 정보 접근성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또 적절한 시기의 진단과 맞춤형 교육이 학습과 사회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기 발견 체계 확대가 필요하고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느린학습자를 측정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IQ밖에 없다"며 "교육과정 중 조기 발견하면 좋겠지만 학교에서 개개인 맞춤형으로 느린학습자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태다. 중앙정부에서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있으며 통합된 법률도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지자체의 지원도 통일된 기준이 없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느린학습자는 취업과 경제교육, 또래 관계 형성 등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지원 욕구가 있다"며 "성인이 된 이후 사회적 지원이 급격히 줄어 고립이나 자립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연계할 지원체계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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