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지난 6월 영원무역 지분 1.7%(75만5935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57쪽 분량의 공개 주주서한을 이사회에 발송했다. 탄탄한 실적에도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돼 온 원인을 따져 묻는 취지다. 쿼드자산운용은 ①총주주환원율 70% 확대 ②불합리한 내부거래 정리 ③합리적인 경영진 보상체계 마련을 요구하며 답을 달라고 했다.
쌓아둔 현금, 오너 일가와의 내부거래, 실적과 무관한 보수. 낮은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로 요약되는 이 문제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이 손대려 한 지점이다. 그 세 가지가 영원무역 한 곳에 모여 있다. 이번 서한을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팩트>는 쿼드자산운용이 던진 요구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원무역 영업이익이 3년 새 62% 줄어드는 동안 오너 일가의 보수는 300% 늘었다. 성과와 보수가 따로 논다는 얘기다. 쿼드자산운용이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한 세 가지(△과도한 사내유보에 따른 주주환원 미흡 △오너 일가와 오랜 기간 이어진 내부거래 △실적과 따로 노는 경영진 보수 체계) 가운데 마지막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영원무역에서만 58억5800만원이다.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에서 받은 63억500만원까지 더하면 121억6300만원에 이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82억원)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71억원)보다 많다.
다만 쿼드자산운용이 문제 삼는 것은 금액 자체가 아니다.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주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상여금 산정 방식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을 짚었다.
2022년을 보자. 성 부회장은 그해 보수로 15억7000만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상여가 4억7000만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0.1%, 86.0% 늘어난 데 따른 보상이었다. 실적을 끌어올렸으니 납득할 만하다.
문제는 이듬해다. 2023년 성 부회장의 보수는 41억7000만원, 상여는 27억4500만원으로 6배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정작 2023년 실적은 전년보다 뒷걸음쳤다. 실적이 좋았던 해보다 나빴던 해에 상여를 더 준 셈이다.
기준을 바꾼 결과였다. 2022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를 근거로 삼았다. 반면 2023년에는 전년 대비 증감률이 사라지고, 그해 달성한 절대 금액과 '2020년 대비' 3년치 성장률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실적이 더 부진했던 해와 견줘 매출 46%, 영업이익 145% 증가라는 숫자가 나왔다.
긴 흐름으로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영원무역 영업이익은 8230억원에서 3156억원으로 62% 줄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6.8%에서 12.3%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성 부회장 보수는 300% 늘었다. 2024년에는 자회사 스캇(SCOTT)이 사상 최대 손실을 냈는데도 "스캇 관련 중재 진행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상여 산정 근거에 포함됐다.
같은 잣대가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성기학 회장과 성 부회장의 급여는 25억원으로 같았다. 그런데 상여는 성 회장이 7억7800만원, 성 부회장이 33억5800만원으로 4배 넘게 벌어졌다. 두 사람의 상여 산정 근거로 회사가 든 계량지표는 '지난해 연결 매출 15.5%, 영업이익 63%, 순이익 44.7% 증가'로 동일했다. 차이를 만든 것은 리더십과 경영 현안 관리 같은 '비계량지표'였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영원무역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이사·감사 7명에게 실제로 지급한 보수가 99억7700만원으로 한도를 거의 채운 상태였다. 한도 상향의 근거는 이번에도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었다. 여전히 적자인 스캇의 2대 주주와 중재에 성공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다.
주주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두고 주주 질의가 나왔으나 충분한 설명 없이 표결로 안건이 통과됐다는 것이 쿼드자산운용의 지적이다.
영원무역은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보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수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쿼드자산운용은 그 규정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성 부회장과 성 회장의 보수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온 반면, 영원무역의 영업이익은 2022년을 정점으로 꺾였다. 보수와 실적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외부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서 영원그룹은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 사이의 보수 격차가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컸다. 성 부회장이 2024년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에서 각각 63억원가량을 받아, 전문경영인 최상위자와의 격차가 각각 10.7배, 8.3배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임원 간 보수 배분 구조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의 보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면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ESG기준원도 지난해 영원무역의 지배구조(G) 등급을 B+에서 C로 한 단계 낮췄다. 환경과 사회 부문이 B+를 유지한 것과 대조적으로 지배구조만 떨어졌고, 통합등급도 B+에서 B로 내려갔다. 기준원은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큰 ESG 쟁점에 노출된 정도를 지배구조 영역만 '높음'으로 평가하며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수가 왜 주가 문제로 이어질까. 논리는 단순하다. 성과와 무관하게 보수가 오르면 경영진은 굳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이유가 없어진다. 주가가 오르든 말든 받을 돈은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를 주가와 묶어두면 경영진과 일반주주가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
쿼드자산운용이 내놓은 해법도 여기서 나온다. 주가 상승률과 배당수익률을 합한 총주주수익률(TSR)을 이사회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실적과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ROE 달성을 조건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이사 전원에게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영원무역 이사 8명 가운데 회사 주식을 가진 사람은 성 부회장(9600주)뿐이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나머지 이사 7명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구조인 셈이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런 방식이 이미 글로벌 표준이 됐다고 강조한다. 미국 S&P500 기업의 93%가 성과연동주식(PSU)을 채택하고 있고, 최고경영자(CEO) 장기 인센티브의 84%가 RSU와 PSU로 채워진다. 2011년 32.7%였던 주식보상 비중은 2024년 56.4%로 높아진 반면, 기본급과 보너스 등 현금성 보상은 49.0%에서 33.8%로 낮아졌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도 성과와 연계되지 않은 보상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영원무역은 쿼드자산운용이 제시한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답변서를 회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쿼드자산운용이 지난 6월 30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세 가지 요구사항을 공개서한으로 전달한 지 한 달 만이다.
쿼드자산운용 측은 적지 않은 분량의 답변서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담긴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회신 여부와 내용을 묻는 질의에 영원무역 관계자는 "회사는 관련 사항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필요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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