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동일체 삭제부터 보완수사권 폐지까지…격랑의 검찰개혁 23년


노무현 서거로 사회적 화두 떠올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원복 '핑퐁'
계엄·탄핵 후 검찰청 폐지에 이르러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시동을 건 검찰개혁이 20여 년간 검찰의 반발과 정치적 부침을 거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역대 정부의 수사권 조정과 조직 개편이 번번이 좌초돼 절충에 그쳤지만, 검찰청 폐지에 이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까지 사라지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제도적 틀이 사실상 완성됐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사의 직접수사를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서 수사는 경찰이, 기소와 공소유지는 검찰이 맡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도 사실상 완성된다.

◆노무현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검찰개혁 시동에도 무산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등 법무부 문민화를 추진했다. 여성 법관 출신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한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법무부를 통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정부 검찰개혁은 2003년 3월 9일 열린 '검사와의 대화'로 상징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검찰개혁,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인사권 등을 놓고 공개 토론을 벌이며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평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토론 과정에서 김영종 당시 수원지검 검사가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사건 청탁 의혹을 제기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맞받아쳤다. 이 발언은 이후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토론 직후 항명성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토론에 배석했던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1년 저서 '운명'에서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며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회고했다.

2003년 3월9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더팩트 Db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동일체 원칙'과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대신 검사가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되 부당한 지휘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명하복식 지휘 체계를 말한다.

다만 상급자의 지휘·감독 관계와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길 수 있는 직무이전권은 유지됐다. 검찰의 수직적 지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함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도 추진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이명박 경찰 수사개시권 법제화…박근혜 중수부 폐지

검찰 수사 도중 발생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여야는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합의했지만 검찰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같은 해 국회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유지했다. 이에 반발한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2011년 7월 "수사권 조정 합의가 국회에서 검찰의 뜻과 달리 수정됐다"며 임기를 46일 남기고 사퇴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다시 추진했지만,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계기로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인 '검란'이 벌어졌다. 결국 한 전 총장은 그해 11월 30일 사퇴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5년 검찰보고서'에서 이 시기 검찰 권력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며 오히려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핵심 보직의 대구·경북 및 고려대 출신 편중이 노무현 정부때보다 심화됐고,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청와대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가 갖춰졌다고 지적했다.

미완에 그쳤던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실현됐다.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가 전면 폐지됐다. 다만 그 기능은 대검 반부패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이관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이 다른 부서로 넘어간 데 그쳐 간판만 바뀌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2014년에는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이 제정됐다. 다만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검찰 권한 축소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검경 수사권 조정서 이재명 보완수사권 폐지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BBK·다스를 비롯해 정윤회 문건 의혹 등 검찰의 정치적 수사 논란과 '그랜저 검사' 등 검사 비리가 줄을 이었던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검찰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대세를 이뤘다.

2018년 당·정·청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합의했고, 2020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제한됐다.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주고 검사의 일반적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2021년 1월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깬 공수처 출범과 함께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사의 일반적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등 검찰의 기존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초고속 승진시키고 이른바 특수부 라인이 요직을 독점하도록 하는 모순된 행보를 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2019년 윤석열 총장 체제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는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이어져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부패·경제범죄 2개 분야로 다시 축소됐다.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된 윤 전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 등으로 '검수원복'을 추진해 사실상 문재인 정부 이전 상태로 수사권을 돌려놓았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권을 집중 수사하는 반면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정국은 급변침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보완수사권 폐지까지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국회는 지난 3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오는 10월 시행되면 공소청이 기소를, 중대범죄수사청이 중대범죄 수사를 각각 담당하게 된다.

검사의 수사개시(직접수사)권 폐지에서 더 나아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검사는 이제 어떠한 형태의 수사도 금지되며 기소 여부 판단에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범죄 피해자 보호 우려와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데도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앞세워 형사소송법 제정 72년 만에 검찰 수사권을 완전 폐지했다. 앞으로 검찰개혁이 마무리에 이를지, 반전을 맞게 될지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형사사법 체계의 현장 안착 여부에 달렸다는 평가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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