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정리=황준익 기자] 지난 한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국회 앞에 근조화환을 세우는 등 반발이 거셌습니다.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는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고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예탁금 강화 조치를 본격 시행했지만 추가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재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8조원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죠.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입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부품 원가로 직결되는 구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 고꾸라진 증시…정치세력화 나선 개미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요?
-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 보낸 근조화환 수십 개가 줄지어 놓였는데요. 화환에는 '개미도살', '투자자 보호 말로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폐지하라', '투표권으로 되갚아준다' 등의 문구가 적혔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회에 근조화환까지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요.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초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의 손실도 확대됐습니다. 투자자 단체는 금융당국이 고위험 상품을 허용한 뒤 시장이 흔들리자 뒤늦게 개인투자자 규제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요?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주식이나 채권, 상장지수펀드 등을 대용증권으로 인정했지만 이제는 현금만 인정합니다. 거래 경험에 따라 증권사가 예탁금 기준을 낮춰주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레버리지 배수를 낮추거나 거래 대상을 전문투자자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개미들의 반발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네요.
-맞습니다. 투자자 보호 대책이라면서 상품을 설계·출시한 금융회사나 이를 허용한 당국의 책임보다 개인의 투자 자격부터 제한했다는 불만입니다. 특히 투자 원금이 많으면 위험한 상품을 살 수 있고, 현금이 부족하면 투자 경험과 관계없이 매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산 규모가 투자자 보호의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좌 내 현금 3000만원이라는 기준으로 상당수 개인투자자의 추가 매수가 사실상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정당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고요?
-네. 별도의 개인투자자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달 30일 가칭 '국민과 주주' 창당을 선언하고 발기인 모집에 들어갔습니다. 국회에 근조화환을 보낸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과는 다른 단체인데요. 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주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맞닿아 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을 넘어 정치권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거군요.
-주주운동본부는 집회와 고발, 공개질의서, 국회 입법제안서와 대통령실 정책제안서 전달 등을 이어왔지만 제도 변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자와 기업, 정치권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는 반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흩어져 있던 개인주주의 요구를 하나의 정치적 목소리로 결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주주정당이 요구하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첫 요구사항으로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내걸었습니다. 기업 이익의 배분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권리가 배제되고 정부와 노동계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이유인데요. 향후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 보장 등을 정책 의제로 구체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정당 창당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넘어야 할 문턱은 적지 않습니다. 주주운동본부는 우선 중앙당 발기인 200명 이상과 시·도당별 발기인 100명 이상을 모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창당발기인대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를 거쳐 5개 이상 시·도당을 꾸려야 하고, 각 시·도당에는 1000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합니다. 주식 투자라는 공통분모가 실제 정당 조직과 표로 결집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번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게시판이나 집회 수준을 넘어 정치적 대표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최근 증시 급락의 원인을 모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나 특정 정책에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상품이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얼마나 증폭했는지, 금융회사와 당국의 책임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요.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 주주 표심을 겨냥한 개인투자자들의 정치세력화는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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