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구다이글로벌이 3분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대 10조원으로 거론되는 몸값이 검증대에 오른다. 인수합병(M&A)으로 연결 매출은 1년 새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자산의 59.3%가 무형자산이고 주요 피인수기업의 수익성도 엇갈려, 외형 성장만으로 높아진 기업가치를 설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4조4000억원에서 최대 10조원…'몸값' 두 배 뛸까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지난달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 주관사단과 함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상장예비심사를 공식 청구하기 전 회사와 주관사단이 예상 심사 쟁점을 거래소와 미리 논의하는 단계다.
구다이글로벌은 3분기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2027년 초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으며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단에 참여하고 있다.
관건은 기업가치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8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프리IPO 과정에서 포스트머니 기준 4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시장에서는 7조원을 넘어 최대 10조원 안팎의 몸값이 거론된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높아지는 셈이다.
높아진 몸값의 근거로는 피인수기업의 연간 실적을 모두 반영한 약 5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제시된다. 여기에 15배의 배수를 적용하면 7조5000억원, 20배를 적용하면 10조원의 기업가치가 산출된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상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2734억원이다. 여기에 감가상각비와 사용권자산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한 단순 EBITDA는 약 3316억원으로 계산된다.
◆ 자산 10원 중 6원이 '무형자산'…상각 전 이익만 강조하나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4718억원으로 전년 3731억원 대비 294.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378억원에서 2734억원으로 98.5% 늘었다.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를 기반으로 성장한 뒤 티르티르와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등을 잇달아 인수한 결과다.
다만 구다이글로벌 별도 기준 매출은 2024년 3217억원에서 지난해 4565억원으로 4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94억원에서 1396억원으로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결 실적 증가는 상당 부분 피인수기업 편입 효과에 기댄 것으로 볼 수 있다.
M&A의 흔적은 재무상태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말 구다이글로벌의 연결 자산은 2조8475억원으로 전년 말 1조232억원 대비 178.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무형자산은 1조6896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9.3%를 차지했다. 전년 말 4353억원보다 1조2543억원 증가한 규모다.
무형자산 가운데 영업권은 5458억원이다. 산업재산권과 고객관계도 각각 6197억원, 5205억원에 달한다. 인수 과정에서 지급한 브랜드 가치와 고객 기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대규모 자산으로 인식됐다.
무형자산이 많다고 재무구조를 곧바로 부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고객관계와 일부 산업재산권은 정해진 내용연수에 따라 매년 비용으로 반영된다. 영업권은 상각 대상은 아니지만 피인수기업 실적이 인수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손상차손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무형자산상각비는 435억원으로 전년 22억원의 약 20배로 증가했다. 아이유닉과 하우스오브허코리아에 배분된 영업권에서도 약 36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는 지난해 하반기에 연결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손익에는 인수 이후 수개월의 실적과 상각비만 반영된 만큼 올해는 관련 무형자산 상각비가 연간 기준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M&A 과정에서 지급한 프리미엄은 무형자산으로 남고, 이 가운데 일부는 매년 비용으로 전환된다. 반면 기업가치 산정에는 해당 비용을 다시 더한 EBITDA가 활용된다. EBITDA만 앞세우면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티르티르 영업익 94% 급감…인수금융 부담까지
피인수기업들의 실적도 엇갈렸다.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서린컴퍼니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2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2.5%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024년 44.8%에서 지난해 37.3%로 7.5%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지만 이익 증가 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32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티르티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30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91억원에서 25억원으로 93.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3%에서 0.8%로 고꾸라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4년 208억원 유입에서 지난해 153억원 유출로 돌아섰다. 광고선전비와 판매수수료, 운반비 등이 크게 늘면서 매출 증가는 이익과 현금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매출 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9억원으로 5.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3.4%에서 12.2%로 낮아졌다. 재고자산평가손실도 3000만원에서 14억원으로 늘었다.
서린컴퍼니는 높은 이익을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둔화했고, 티르티르는 외형 성장에도 이익이 사실상 사라졌다. 스킨푸드 역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성장성과 현금창출력이 다른 브랜드들을 하나로 묶어 동일한 고성장 배수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상장심사 과정에서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자금도 상당 부분 외부 조달에 의존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사업결합에 8446억원의 현금을 지출하면서 장기차입금 5982억원을 조달하고 8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연 0%지만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6%다. 지난해 말 장부금액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을 제외한 4744억원이었으며, 지난해에만 할인차금 상각액 246억원이 비용으로 반영됐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금융비용은 1481억원, 이자비용은 667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연결 부채는 2조4260억원, 자본총계는 421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75.5%에 달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와의 사전협의가 시작된 만큼 상장심사에서는 프로포마 EBITDA뿐 아니라 무형자산 상각 이후의 이익, 피인수기업별 현금창출력, 인수금융 상환 여력 등이 핵심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