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증시가 악재에 휘청이면서 '1만피' 기대감은 어느새 '5000피' 붕괴 공포로 바뀌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연일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더 거세지면서 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9% 오른 5934.61에 거래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5663.24로 거래를 마치며 6000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30일 종가 8476.48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33.1% 급락한 수준이다. 특히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동시에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수급 왜곡을 심화시켜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괴리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리밸런싱을 진행하는데, 주가가 급락하면 이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해 추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제 기업 펀더멘털보다 낙폭이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일본계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도 29일 '한국 증시의 다음 재평가'라는 제목의 한국 주식 전략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최근 급격한 조정을 겪은 배경은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외국인 매도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여력 둔화, 레버리지 상품 확대 등 수급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신규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급격한 성장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금융 당국도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오는 31일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대용증권을 포함해 1000만원을 충족하면 거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현금만 인정된다.
기본예탁금 강화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에는 추가 규제 방안도 발표했다. 개인의 금융투자상품 총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 방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선물시장의 과다호가부담금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과도한 호가 제출을 제한하고, 시장 급변 시 레버리지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사전교육에 더해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2X)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약 15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날(8조3715억원)보다 79.1% 급증한 규모로, 지난 14일(18조2967억원) 이후 10거래일 만에 최대치다. 금융당국이 첫 보완대책을 발표한 지난 16일 거래대금(12조1674억원)도 크게 웃돌았다. 규제 강화에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 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주가가 내리고 있지만 만약 본주가 상승하면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거래대금이 줄어들 수 없는 구조"라며 "예탁금을 3000만원 이상으로 올린다고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 국면에서의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밸류에이션 오버슈팅을 유발한 상품을 출시해 증시 변동성을 키워놓고 개인 투자자들만 조이는 건 정책의 본질을 모르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 배율 조정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열기가 꺾일 것 같진 않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일간 수익률의 2배를 받는 게 중요한 만큼 (배율 조정이) 대책의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