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간 공석이었던 주한미국대사가 조만간 입국할 예정이다. 미셸 스틸 신임 대사의 부임으로 서울과 워싱턴 D.C.를 잇는 고위급 외교 채널이 복원되면서 켜켜이 쌓인 한미 현안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29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스틸 대사는 30일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 대사의 부임은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진 주한미국대사 공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진척이 없던 한미 안보·통상 현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도 그래서 모인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뒤 후속 협의를 이어왔다. 다만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미국 측 불만으로 핵추진잠수함 등 안보 협의가 차질을 빚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협의는 지난달에야 첫발을 뗐고 차기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대미 투자는 관세 상한선과도 맞물려 있다. 양국은 대미 투자를 전제로 한국의 상호관세를 15%로 조정했는데,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과잉생산 관세까지 예고돼 있어 관세 상한선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에 가닥을 잡고 한미 조선협력센터까지 출범시킨 건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투자 이행을 가시화해 안보·통상 협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스틸 대사 역시 대미 투자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5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대미 투자의 신속한 이행 의지를 밝혔고,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선 대사 인준 이후 첫 공개 연설을 갖고 대미 투자를 양국의 상호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는 조인트 팩트시트의 충실하고 속도감 있는 이행에 주안점을 두고 협의해 왔다"며 "스틸 대사의 부임을 모멘텀으로 해서 한미 간 그런 부분을 좀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 대사의 부임을 계기로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 수습 여부도 관심이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달 초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고, 백악관 측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부와 청와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미국의 오해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귀국한 강경화 주미대사는 쿠팡 문제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가는 이슈"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3일엔 주미대사관을 통해 미 하원 법사위에 쿠팡 보고서와 관련한 반박 입장문을 전달했지만 공식 답변은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스틸 대사는 '군함 건조'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 건조를 제안했고, 이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선 양국 정상이 후속 협의를 가졌다.
한편 스틸 대사는 30일 입국하더라도 곧바로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새로 부임하는 외국 대사는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해야 공식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때 외교부 장관도 자연스럽게 예방한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태진 의전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남미 순방을 수행 중이다. 이에 따라 스틸 대사의 신임장 사본 제출은 조 장관 등이 귀국하는 내달 3일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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