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죽었다. '더불어'도 '민주'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만 남았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숙의는 사라졌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친구가 발표를 하면 손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브이는 동의, 약지는 보충 의견, 주먹은 반대였다. 반대 의견도 자연스러운 토론의 일부라는 것을 어린 학생들도 배웠다.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것. 민주주의는 그렇게 시작된다.
161명의 민주당 의원이 모두 같은 생각일 수는 없다. 어떤 의원은 브이를 들고, 어떤 의원은 약지를 들고, 또 어떤 의원은 주먹을 들며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그 '주먹'은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를 낸 의원을 향해 겨누는 도구가 되고 있다.
자당 의원들에게까지 낙인을 찍는 모습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강성 개혁파 의원들이 일부 의원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세우자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뒤따랐다. 의원실에는 욕설과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의원 연락처를 공유하며 이른바 '좌표 찍기'에 나섰고, 공천 불이익을 거론하는 협박성 메시지도 이어졌다. 지역구에는 해당 의원을 규탄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정책을 둘러싼 토론은 사라지고, 다른 의견을 낸 의원들을 침묵시키려는 압박만 남았다. 최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따른 피해자 권리구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전건송치'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남희 의원을 비롯해 공동 발의에 참여한 박희승·김기표·정진욱·서미화·임미애·박해철·홍기원·주철현·김동아·김준혁·남인순 의원도 낙인의 대상이 됐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우려를 표한 자당 중진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는 고성이 쏟아졌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주선한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 당원단체들이 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무엇이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인지 토론하기보다, 이들을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일이 먼저였다.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며 추진하는 개혁이 정작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이견은 허용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당내 의원 모두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토론의 장이어야 할 의원총회는 어느새 강경한 목소리만 울리는 독백의 장이 된 듯하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을 두고 복수의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존경스럽다.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힐 것을 알면서도 의견을 냈다", "정치적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야 할 자리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일이 '용기'로 평가되는 현실은 민주당 내부의 토론 문화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론 결정 과정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민주당은 21일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하루 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책의원총회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숙의하기 위한 자리였는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에 그친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무엇보다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할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뒤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수사 공백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 개혁의 속도에 더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집권여당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강성 지지층의 박수가 아니라 제도 변화로 영향을 받을 국민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좇는 사이, 정작 국민을 위한 제도 설계와 민주주의의 절차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검찰개혁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추진하는 개혁이 정작 이견을 억누르고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시대정신은 민주주의 위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반대 의견을 적으로 돌리고, 결론만 향해 달려간다면 '더불어'도, '민주'도 남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주먹은 사람을 향해 휘두르는 무기가 아니라, 더 나은 결론을 만들기 위한 '반대'의 손짓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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