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의 매력에 빠져③] 시장 자생력 중요…업계의 현재와 미래


관객과의 밀접한 접점·정해진 틀이 없는 무대가 매력
일반 공연보다 높은 제작비…관광 연계 플랜·장기 투자 및 육성의 필요성도

슬립노모어 서울(왼쪽)과 인사이드 더 플레이 등의 이머시브 공연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동시에 기존 공연과 다른 제작 환경 안에서 높은 몰입감이라는 장점을 살리고 작품의 완성도와 운영 효율성도 확보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품 포스터, 리미널 그리드

보는 것을 넘어 경험의 영역으로, 이머시브가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제대로 허물면서 공연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더팩트>는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머시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이머시브 공연이지만 더 높은 몰입감 뒤에는 제작 환경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공연의 규모나 무대와 객석과의 경계를 허무는 정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새로운 경험에는 그만큼의 새로운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머시브 공연도 일반 공연보다 더 많은 공간과 인력, 정교한 기술 운영과 철저한 안전 관리가 뒷받침돼야 하는 가운데, 높은 몰입감이라는 장점을 살리고 작품의 완성도와 운영 효율성도 확보해야 하는 제작 현장에서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을까.

슬립노모어 서울는 경우 건물 곳곳에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소방 및 안전 설비를 철저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사이드 더 플레이: 룰렛도 현장 스태프 인원을 늘리면서 현장 운영 전반에 걸친 예산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리미널 그리드

먼저 '슬립노모어 서울'의 제작사 미쓰잭슨은 <더팩트>에 "3000평 규모의 건물을 매키탄 호텔로 탈바꿈시키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적합한 건물을 찾는 데만 8년이 걸렸고 공연과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약 2년에 걸쳐 함께 작업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공연이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것과 달리 건물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초기 제작비는 물론 상설 공연장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운영비도 높은 편이다. 관계자는 "그럼에도 호텔 내부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별도의 프로그램과 리테일 숍, 각종 이벤트 등 다채로운 부가사업을 운영하며 공연 이상의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드 더 플레이: 룰렛'을 만든 ㈜스포트라이트 김민석 대표는 일반 공연과 이머시브 공연의 가장 큰 차이로 '관객과의 밀접한 접점'과 '정해진 무대의 틀이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밀도 높은 몰입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출연진 수를 확보해야 하며 '룰렛'은 블랙박스형 공간만 있다면 어디서든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룰렛'은 홍대 복합문화공간인 연남장에서 시작해 이번 시즌에는 실제 극장인 아티스테이지 도곡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를 두고 관계자는 "다만 전문 공연장이 아닌 가변적 공간을 활용할 경우 기본 설비가 부재해 조명과 음향 등 무대 인프라를 처음부터 새롭게 창조하거나 때로는 일정 부분 포기 및 타협해야 하는 제작상의 난관과 이에 따른 비용이슈가 존재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특징을 내세운 만큼 제작진들은 관객 케어 및 안전 통제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슬립노모어 서울'의 경우 건물 곳곳에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소방 및 안전 설비를 철저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사이드 더 플레이: 룰렛'도 현장 스태프 인원을 늘리면서 현장 운영 전반에 걸친 예산이 증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고. 관계자는 "기획 단계부터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요소가 안전이다. 연습 단계부터 관객과 스태프, 배우를 위한 상해보험 및 안전 대책을 꼼꼼히 챙기고 있고 동선 설계 시 우발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동선 제어 매뉴얼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지원금이 종료된 이후에도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시장 자생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독자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 F&B 연계, 티켓 프리미엄화 등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미널 그리드

공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머시브 공연이 일반 공연에 비해 제작 및 운영에 들어가는 기본 요소가 많다 보니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관객의 반응에 따라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변적인 구조이기에 이를 유연하게 제어하고 대본과 연출에 녹여낼 수 있는 전문 노하우가 필수적이지만 경험 있는 작가와 연출의 풀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이머시브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각기 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고 있는 공연계다.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전통 공연장은 식음료 반입이 엄격하지만 이머시브 장르는 대안적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음료 및 F&B의 자유로운 판매와 기획이 가능하다. 이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제작자에게도 티켓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유인책이 된다"고 바라봤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머시브 공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기에 공연계 자체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갖춘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관객에게 기존 공연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험과 자극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경험의 폭을 넓히고 공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와 저변이 초기 단계이고, 공연 특성상 전체 제작비의 70% 이상이 인건비이기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리면 관객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해외 주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의 수요 덕분에 탄탄한 회전율을 유지하지만 국내 시장은 내수 관객에 국한돼 있는 것.

그렇다면 해당 장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한국의 강점인 빠른 콘텐츠 개발력과 다채로운 IP 활용 능력을 살리면서 국내 이머시브 공연도 인바운드 해외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광 연계 플랜을 만들고 단기적인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육성하려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였다.

관계자는 "정부 및 공공 기관의 공연예술 지원사업 규모가 매년 확대되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덕분에 제작사들이 자본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바라보면서도 "다만 지원금이 종료된 이후에도 공연이 지속될 수 있는 시장 자생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독자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 F&B 연계, 티켓 프리미엄화 등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직접 경쟁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민간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뒷받침해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 국내 공연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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