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고려대학교가 고연전 뒤풀이 문화인 '참살이길 폐막제'를 교내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오는 10월3일 예정된 '2026 정기 고연전 폐막제'를 교내 민주광장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간 고연전 폐막제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서 안암로터리로 이어지는 성북구 참살이길에서 진행됐다.
고려대 학생들은 고연전을 마친 뒤 참살이길에서 '기차놀이', '소리통' 등 뒤풀이 응원전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응원가를 부르고 "사장님"을 외치면서 줄을 지어 참살이길 일대 가게들을 돌아다니면 상인들은 술과 음식을 제공한다. 고려대 교우회는 참살이길 인근 식당을 대관해 재학생들을 위한 무료 주점도 연다.
하지만 소음을 비롯해 도로 통제에 따른 인근 주민들 민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민원 증가와 안전 관리의 어려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 교내 민주광장에 폐막제 무대를 설치하고 무료 주점을 푸드트럭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북구청의 안전 관리 기준이 강화돼 도로점용 등 허가 여부가 불확실하고, 서울시 지침에 따른 시내버스 우회와 경호 인력 배치 등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도 크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학생들은 "고려대의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재학생 73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1%(658명)가 기존 참살이길에서 폐막제와 무료 주점을 운영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참살이길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 참여 의사가 있다는 학생은 94.7%(691명)에 달했지만, 민주광장에서 열릴 경우에는 13.7%(100명)에 그쳤다.
총학은 대자보를 통해 "학교는 인근 주민과 상권의 민원, 관계 기관의 허가, 도로 통제와 시내버스 우회 비용, 안전 관리의 어려움을 장소 이전의 근거로 들고 있다"며 "장소를 옮겨도 참살이길 인파는 사라지지 않는다. 민원과 허가, 비용과 안전은 장소를 옮길 명분이 아니라 학교가 책임지고 해결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참살이길 개최 조건을 협의하거나 관련 내용과 비용을 조정한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학교의 책임을 다하기도 전에 학생 문화부터 없애는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 아닌 조정 책임의 방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총학은 학교 측에 △폐막제·무료 주점의 민주광장 운영안 재검토 △참살이길 폐막제·무료 주점 통합 운영 전제의 주민과 상권, 관계 기관 즉시 협의 △도로 통제와 차량 및 배달 동선, 안전 요원, 인파 대책 등 마련 △참살이길 폐막제·무료 주점 통합 운영 예산 편성 등을 요구했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장소 변경안 전면 재검토와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서명도 모집했다.
학교 측은 총학과 장소 변경 여부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 총학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대규모 행사인 만큼 소음 민원과 밀집 인원 등 안전 관련 사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과 안전, 행사 운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총학을 비롯한 학생들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