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올해 상반기 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을 앞섰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보다 2331억원 많은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격차를 뒤집으며 리딩금융 타이틀은 KB금융이 차지했다. 은행 경쟁력에서는 신한금융이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은행 경쟁력에서는 KB금융이 각각 강점을 드러낸 성적표라는 평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3조4427억원으로 13.3% 늘며 역대 최대 수준의 반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KB금융이 4419억원 앞서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양사 모두 최대 실적을 새로 썼지만 그룹 순위는 KB금융이 유지했다.
반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놓고 보면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KB국민은행(2조2254억원)보다 2331억원 많았다. 신한은행은 순이자마진(NIM) 관리와 기업대출 성장, 안정적인 대손비용을 바탕으로 은행권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도 이자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가운데 자산관리(WM) 수수료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은행 단독 순이익에서는 신한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지주의 실적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을 모두 합산해 산출한다. 이 때문에 은행이 앞서더라도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더 높은 금융지주가 그룹 순위에서는 역전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신한은행이 은행 실적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 폭이 더 컸고 결국 그룹 순이익에서 격차를 벌렸다.
리딩금융의 승패를 가른 것은 비은행이었다. KB금융은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를 44%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KB증권은 순이익 7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0% 증가하며 그룹 이익의 약 21%를 책임졌다. WM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자본시장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순수수료이익이 크게 늘었고 그룹 전체 순수수료이익도 2조9612억원으로 전년보다 50.6%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KB금융이 최근 증권 중심의 자본 재배치를 추진한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증권뿐 아니라 다른 비은행 계열사도 힘을 보탰다. KB손해보험은 보험영업 확대와 투자손익 개선에 힘입어 상반기 순이익 47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8.7% 증가했다. 반면 KB라이프는 보험손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1506억원으로 전년보다 7.3% 줄었지만, KB국민카드는 21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7.1% 증가했다. 증권을 중심으로 보험과 카드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이익을 내면서 그룹의 이익 체력을 뒷받침했다.
신한금융도 비은행 경쟁력 개선이 뚜렷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5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1% 증가했고, 신한자산운용도 536억원으로 135.1% 늘었다. 그룹 비은행 손익은 1조3277억원으로 전년보다 38.3% 증가했으며, 비은행 손익 비중도 35%까지 확대됐다. 비이자이익 역시 증권 수탁수수료 증가와 자본시장 부문 호조에 힘입어 2조638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에 비은행 실적까지 개선되며 그룹 체질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비은행 규모와 수익 기여도에서는 KB금융과 여전히 차이를 보였다.
실제 두 금융지주의 수익 구조도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KB금융은 증권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를 구축하며 이익원을 다변화한 반면, 신한금융은 은행이 그룹 이익을 견인하는 가운데 증권과 자산운용 등 비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 경쟁력에서는 신한금융이 우위를 보였지만 그룹 전체의 수익 구조와 포트폴리오 경쟁력에서는 KB금융이 한발 앞선 셈이다.
양사 모두 하반기에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KB금융은 컨퍼런스콜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자본 재배분을 이어가겠다"며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KB증권에 자본을 투입하며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했고, KB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상반기 10.1%에서 올해 상반기 21.0%로 크게 개선됐다.
신한금융도 은행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기반으로 증권과 자산운용 등 비은행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컨퍼런스콜에서는 자본 효율성 제고와 함께 증권을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행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시장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 KB금융과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리딩금융 경쟁은 또 다른 변수와 마주하게 된다. 상반기 KB금융의 우위를 만든 증권 실적은 금융업권 가운데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업이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기업금융(IB), 자기매매, 자산운용 부문의 실적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자본시장 활황이 이어질 경우 비은행 비중이 높은 KB금융이 유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은 신한금융이 은행 경쟁력을, KB금융이 비은행 경쟁력을 각각 입증한 성적표"라며 "리딩금융 경쟁의 무게중심도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증권 업황이 좋을 때는 KB처럼 비은행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가 유리하지만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IB와 자산운용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양사 모두 비은행 수익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리딩금융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