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증시가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여야가 '롤러코스피'를 두고 엇갈린 해법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기적인 기업 저평가를 겨냥한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국민의힘은 단기 수급 변동성을 문제 삼은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다만 정작 최근 급등락의 원인 규명은 뒤로 밀린 모양새다.
◆ 같은 '롤러코스피'인데…출발점부터 다른 여야 해법
여야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나란히 주식시장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소영·이훈기 민주당 의원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이종욱·박수영·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은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두 행사는 최근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배경으로 열렸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달랐다. 민주당은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낮은 주가를 선호할 수 있는 구조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5월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두 종목과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겨냥한 것은 기업가치가 장기간 낮게 평가되는 구조적 문제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단일 금융상품의 리밸런싱과 투자자 쏠림이 단기적인 수급을 왜곡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나는 주가가 오랫동안 낮게 머무는 이유를, 다른 하나는 주가가 짧은 기간 크게 출렁인 이유를 다루는 셈이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최근 롤러코스피 장세가 나타나기 전인 지난해 5월 발의돼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이다. 이를 최근 급등락에 대한 대책으로 다시 꺼내는 것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변동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 모두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주가누르기' 막으면 급등락도 멈출까…장기 처방의 한계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 기준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시가로 산정한다.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아도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그대로 적용한다.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재산 평가액에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두는 것이 골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주가가 더 낮아지더라도 순자산가치의 80% 수준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토론회에서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의 건강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끝내야 한다"며 "개별적인 주가누르기 행위를 적발하기보다 낮은 주가로 얻을 수 있는 절세 이익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유인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완화한다는 점에서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바로잡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책에 가깝다. 외국인 매매와 반도체 업황, 환율, 파생상품 거래 등에 따라 하루 단위로 나타나는 증시 급등락을 직접 줄이는 장치는 아니다. 법안의 필요성과 최근 롤러코스피의 해법인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제도 설계의 난도도 변수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회사가 많은 대기업집단의 순자산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고, 시장가격이 존재하는 상장주식에 별도의 평가 하한을 적용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BR 0.8배라는 획일적인 기준이 기업별 사업구조와 수익성 차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레버리지 상폐'부터 꺼낸 국민의힘…원인 입증은 어디에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며 상품의 시장 퇴출을 주장했다. 이종욱 의원은 해당 상품의 실질적인 시장 퇴출을 촉구했고, 토론회에서는 추종 배율을 현재 2배에서 최대 1.1배로 낮추거나 기본예탁금을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뒤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출시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지난 15일 1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49%에서 52%로 높아졌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기초자산 수익률의 일정 배수를 추종하도록 자산을 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매도하는 리밸런싱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 가격의 움직임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이 같은 리밸런싱 구조가 상승과 하락을 가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 전까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상품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다. 기본예탁금은 대용증권을 포함한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국내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도 1좌에서 20좌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과 최근 급등락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ETF 장내에서 투자자끼리 상품을 사고판 거래대금 전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매 주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향을 확인하려면 상품별 설정·환매와 운용사·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및 리밸런싱 거래가 기초주식 전체 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을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상품 출시 이후 두 종목의 변동성이 상승했고 리밸런싱 거래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변동성이 더 큰 폭으로 확대됐고, 거시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진 만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단일종목 ETF 출시와 주가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해외 메모리 기업의 변동성이 함께 확대됐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상품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변동성을 국내 상품 하나만의 문제로 보지는 않은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책이고 레버리지 ETF 규제는 단기 수급 대책인 만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정치권이 해법부터 제시하기보다 최근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 무엇인지 거래 데이터를 통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