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삼전닉스 레버리지, 집중포화…환율 못 잡고 증시만 흔들


서학개미 국내 복귀 목적 5월 16종 상품 출시
외신 "한국 증시, 변동성이 증폭되는 실시간 실험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범 한달여만에 증시 변동성을 심화시켰다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코스닥과 코스피가 동반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범 한 달여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유례 없는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데다 애초 목적이었던 환율 안정에도 의문부호가 붙어서다. 외신과 당정은 집중포화를 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상장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가능성이 처음 논의된 자리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13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자금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고위험 레버리지 ETF 도입 문제를 논의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선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주식 ETF 등 한국에선 불가능한 것들이 많이 있다"며 "새로운 상품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의 주범으로 서학개미가 지목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636억달러(약 237조원)로, 1년 전보다 46% 급증했다. 올해 1월에는 1718억달러(약 248조9038억원)까지 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환율 변동과 글로벌 증시 상승이 맞물리면서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자금유출 유인을 경감하겠다는 의도로 상품 출시 작업에 들어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30일 금융위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지난 4월 28일 개정됐고 5월 27일에는 관련 상품 16종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하지만 애초 목적이었던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첫날인 5월 27일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01.2원이었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치솟으면서 7월 2일에는 1555.8원까지 치솟았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발한 달러 강세 및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등 거시 경제 요인이 국내 레버리지 출시에 따른 외환 흡수 효과를 압도한 영향이다.

오히려 극심한 시장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 익스포저를 재조정(리밸런싱)한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방향으로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수의 상승과 하락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가능성이 처음 논의된 자리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13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였다. /더팩트 DB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2배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배 대표의 게시글은 삭제됐다.

배 대표는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을 못 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외신과 글로벌 투자은행(IB) 국내 증시가 레버리지 ETF로 변동성이 증폭되는 실시간 실험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시험하다'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급격한 디레버리징(강제 매도)이 장중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일부 레버리지 ETF가 하락하면서 운용사들이 목표 레버리지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가로 매도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인디쿠스 캐피털의 아룬 싱할 CEO(최고경영자)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는 레버리지가 시장 대응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실시간 실험장이 되고 있다"며 "주가 상승이 레버리지를 끌어들이고 레버리지가 주가 상승을 증폭시킨다. 반대 상황도 같은 매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김장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정책 토론회에서 "환율은 여전히 15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해외주식 순매수 흐름도 다시 늘어나며 애초에 기대했던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축사를 통해 "불과 몇 달 만에 이 불량 상품이 나왔고, 이제 와서 김용범 실장도, 이재명 대통령도 사과 한마디 없이 상장폐지는 어렵다고만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금융위는 시장 안정 방안을 추가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발표한 보완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투자자 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전산 작업 등을 거쳐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인 다음 달 5일부터 시행하고,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한 추가 조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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