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 논란 나흘 만에 추가대책론…'삼전닉스 레버리지' 규제 시행 전부터 삐걱


예탁금 3000만원·20좌 효과 놓고 실효성 공방
정무위 추가 대책 주문…금융위 발동 기준은 "전문적 판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보완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보완책이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매매단위 확대가 개인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변동성을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책 발표 나흘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마련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첫 대책이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 채 재보완 가능성부터 거론됐지만, 금융위원회는 어떤 상황을 시장 불안으로 판단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현금 3000만원' 논란 지속…나흘 만에 추가대책론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이달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 논의를 거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증권(ETN)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7일 관련 상품을 도입한 지 50일 만이다.

단일종목 관련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지난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일별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4%에서 지난 15일 52%까지 높아졌다.

당국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상품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다.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올리고, 국내 상장 상품의 매매단위는 현행 1좌에서 잠정 20좌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수요에 직접 영향을 주는 규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기본예탁금 상향은 오는 8월 5일, 주식·채권·일반 ETF 등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는 8월 19일 적용된다. 매매단위 확대는 증권사 전산 개발을 거쳐 11월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예탁금 상향과 매매단위 확대가 적용되면 관련 상품 시가총액이 4조~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에는 투자자의 계좌 분포와 거래 성향 등을 어떻게 반영해 해당 수치를 산출했는지 세부 근거가 담기지 않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금 3000만원이 실제 투자 포기를 유도할 만큼 높은 문턱인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불거졌다. 매매단위를 20좌로 높이는 방안 역시 소액 접근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 구조나 리밸런싱 거래 자체를 바꾸는 조치는 아니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0일에도 거래 열기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12조3264억원으로 발표 당일인 지난 16일의 12조1674억원과 비슷했다.

핵심 규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이를 정책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책 발표만으로는 투자 수요가 위축되지 않았고, 발표 직후부터 기준과 효과를 둘러싼 볼멘소리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첫 대책이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자명하다.

이런 가운데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금융위와의 당정협의에서 "시장을 더 강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추가 대책도 강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주문이 시장 비판을 직접 반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대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 실증분석도 발동 기준도 공백…규제 신뢰 흔들

16일 발표된 보완책의 실효성을 따지려면 금융당국이 문제로 지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장 충격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규제가 타당하려면 해당 상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실제로 키웠다는 분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주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로로 리밸런싱을 제시했다. 금융위의 예시대로 상품 시가총액이 10조원이고 기초자산 가격이 하루 3% 움직일 경우, 추종 배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약 6000억원 규모의 리밸런싱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품 규모와 기초자산 등락률을 적용한 이론적 추산이다. 실제 시장 충격을 확인하려면 ETF 장내 거래대금과 기초주식 매매를 구분해야 한다. 투자자끼리 ETF를 사고파는 거래가 모두 기초주식 주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설정·환매 규모와 운용사·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 및 리밸런싱 주문을 함께 분석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변동성에 미친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따른 변동성도 분리해야 한다. 금융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연율화 주가 변동성은 미국 샌디스크가 131%, 마이크론이 123%, 일본 키옥시아가 118%로, SK하이닉스 113%, 삼성전자 96%보다 높았다. 금융위도 최근 반도체주 급등락을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을 판단하려면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의 변동성과 국내 상품의 설정·환매 및 리밸런싱 효과를 나눠 살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경로와 이론적 거래 규모만 제시했을 뿐,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변동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계량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 대책을 꺼낼 기준도 불분명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묻자 "답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시장이 진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일반 상식에 접근해야 한다. 전문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괴리율, 기초주식 변동성 가운데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낮춰야 시장 안정으로 볼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첫 대책이 시행 전부터 재보완 압박을 받게 된 만큼 금융당국은 규제를 더하기에 앞서 기존 조치의 목표와 평가 기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충격에 대한 실증 분석과 추가 규제의 발동 기준 없이 대책만 거듭 덧붙이면 시장 안정 효과보다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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