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지난해 3월 공중협박죄가 시행된 이후에도 폭발물 설치부터 살해 예고까지 온라인 협박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권력 낭비와 시민 불안 등 사회적 피해에 비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중협박 사건은 총 193건 발생했다. 3월 1건에 불과했던 공중협박은 4월 9건, 5월 15건, 6월 18건으로 증가했다. 7월에는 27건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8월 20건, 9월 30건, 10월 16건, 11월 27건, 12월 30건 등을 기록했다.
온라인 협박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표소 봉쇄 시위 중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관할하는 '송파경찰서의 무기고를 털자'는 댓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에 폭발물 설치 협박 글이 올라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을 벌였고, 이재명 대통령과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 특정 인물을 겨냥한 살해 예고 글도 잇따랐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공공의 불안을 일으킨 경우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정신질환과 반성 여부, 범행의 반복성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잦으면서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과 함께 범죄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7월 공중협박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공중협박죄 신설 후 나온 첫 법원 판결이었다. 김 씨는 부탄가스와 전선, 휴지 등을 이용해 만든 사제폭탄을 들고 40여분 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사제폭탄에 불을 붙일 듯한 행동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지적장애가 있는 점, 사제폭탄이 조악해 실제 위험성이 크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창원지법도 SNS 채널에 악플러를 상대로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서울역에서 사람들을 흉기로 베고 싶다", "피바다를 만들기 위해 어른이든 아니든, 임산부든 노인이든 가차 없이 다 베어버리겠다" 등 내용의 협박 글과 흉기 사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폐성장애가 있고 입원 치료 등 재범 방지 및 교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벌금형 선고에 머물렀다.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댓글을 게시한 작성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작성한 댓글이다. 고의가 없었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해 지난해 9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선 공권력 낭비는 물론, 시민 불안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데 따른 대가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찰은 공중협박 신고가 접수되면 인터넷프로토콜(IP)을 토대로 작성자를 추적·검거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다. 폭발물 설치나 테러 위협 등의 경우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역경찰과 경찰특공대, 기동대까지 현장에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협박 글이 대부분 장난이나 충동적으로 작성됐더라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불안을 초래하는 만큼 엄정한 수사와 확실한 처벌을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난이나 허위인 사건이 많고, 위해나 실행의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심신미약 상태인 경우 형량이 낮을 수도 있다"면서 "공중협박죄는 장난일지라도 사회적 불안 등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신설된 것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공중협박 글을 올리면 반드시 적발돼 수사와 재판을 거쳐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신질환 등으로 공중협박을 반복할 경우엔 위험 관리 차원에서 집중관리 대상으로서 보호관찰과 치료감호 등 치료 중심의 접근도 필요하다"며 "정황상 구체적 실행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엄중하게 판단해 당사자에게 사회적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