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상한 기준 나이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른 못지않은 소년범죄의 흉포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처벌의 강화보다는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춰 건전한 육성이라는 소년사법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충돌하고 있다.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야당 일각에서 이례적으로 정부의 방향성에 동의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행법상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된다. 범죄를 저지르면 행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고 대신 소년원 송치나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이 아닌 소년법상 전과는 남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공론화 과정을 진행해 왔던 정부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만 촉법소년 연령을 한 살 낮추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고 언급한 만큼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정부의 방침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인 민주당은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촉법소년 연령 기준 조정에 관해 추가 협의와 토의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라면서 "추후 심도 깊이 논의할 계기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당은 대놓고 반대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말씀드리긴 이르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손보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0~12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 11.9%,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라는 응답은 무려 81%에 달했다. '반대' 응답은 11%에 그쳤다.
형사미성년자 상한 나이를 낮추자는 찬성론자들은 소년의 성숙도와 형사책임능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1958년 형법 제정 이후 시대상 변화가 너무 큰 데다 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소년범의 강력 범죄가 점점 잔혹하고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경미한 처분을 받고 풀려난 촉법소년이 반성하기보다는 법을 악용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대담함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조건부 1세 하향 내용의 성평등가족부 보고를 들었을 때 크게 진전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면서 "저도 마찬가지로 조건부 하향이 아니라 아예 13세로 낮추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생일이 지난 지금의 13세 중학교 1학년생은 어른들 뺨치는 수준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기에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때가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아 지난달 말 공개한 최근 '5년간 청소년 범죄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000여 건이던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지난해 2만 건을 돌파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13세'에 집중돼 있다. 이는 소년범들이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적 맹점을 완벽히 인지하고 영악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미 10살부터 구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1살 낮추는 게 어떤 법적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나이를 확대한다고 해서 소년범죄 발생이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근거도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어른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범죄를 예방하는 교육에 힘을 쏟는 방향이 올바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