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개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서울·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정책 방향을 놓고 국민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14일부터 16일까지는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가 각각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본지의 '집값 풍향계'는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을 상·하편으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공개 토론회에서 시장은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부터 비(非)아파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까지 공급을 막는 금융 규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규제 기조를 손질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김윤덕 장관 주재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부동산 대토론회를 앞두고 14일부터 16일까지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이어지는 릴레이 토론회의 첫 일정이다. 학계와 연구기관·건설·부동산업계·금융권·정비사업 관계자·시민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장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주택 문제 같다"며 "여러분 의견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고 국토부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부동산 망국'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상황을)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인허가보다 착공이 문제"…'공급 파이프라인'부터 복원해야
논의는 공급 부족의 원인부터 짚는 것으로 시작됐다. 기조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 주택시장 불안의 핵심 원인으로 공급 파이프라인의 붕괴를 지목했다.
진 교수는 "최근 많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라며 "주택 공급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연쇄적으로 반응해 결국 실수요자·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주택 공급은 인허가와 착공·분양·준공·입주가 순환해야 한다. 현재는 착공 단계에서 상당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며 "금융·세제 지원을 비롯해 공급 전 과정의 파이프라인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하려면 금융·세제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자칫 시장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공급 확대를 위한 지원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다만 용적률 인센티브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착공과 준공 확대·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 등 서울 도심의 공급 잠재 부지 활용 역시 공급 물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정된 도심 공간인 만큼 공급 물량뿐만 아니라 주택 유형과 공급 대상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비사업 속도가 더디다.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단지 2249개 단지가 있지만 이 가운데 약 7%만 시공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일부 사업장의 3.3㎡(1평)당 공사비가 사업 초기 500만원대에서 1300만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김 전문위원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손질하고 자재 수급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공사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비사업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토부가 관련 기준과 적용 범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심의 유휴 부지와 저이용 부지를 활용해 공급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정비사업과 신규 택지 외에도 새로운 공급 축을 형성해야 한다"며 "도심 내 저이용 부지를 확보하고 용도 전환 등 구조적인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비아파트 살리고 이주비 풀고…"규제 손질해야"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도 거론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공급 위축의 원인으로 건축 규제와 대출 규제·세금 부담·전세사기 여파 등을 지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공급 필요성에는 정부와 시장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공급 구조는 아파트와 상당히 다르다"며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제도를 일관성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기금과 보증 상품들을 정부가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없는 상태다. 멈춰 선 사업장의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조속히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의 건축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다세대주택 기준은 아파트가 평균 10층 안팎이던 1990년대에 마련된 제도"라며 "품질 좋고 안전한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층수와 연면적 기준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예정했던 것보다 대출 규모가 갑자기 줄어 조합원들의 이주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자금은 사업비 성격이 강한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차등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명희 신길2구역 재개발 조합 위원장은 "이주비 대출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담보로 이주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생계형 대출"이라며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규제 완화 논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는 "202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청년의 82.6%가 세입자로 살고 있다. 청년 세입자는 최저임금의 31%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국민이 세입자로 사는 현실을 고려해 세입자 보호를 중심에 놓고 공급 정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 토허구역 패키지 형태 일괄 지정 부작용…토론회 방식 지적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괄 지정한 현행 규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이 단계적으로 적용됐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신속통합기획이나 재건축 단지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던 토허구역이 패키지 형태로 일괄 지정됐다"며 "강남권과 용인 기흥처럼 시장 여건이 다른 지역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도 정비사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를 가진 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조합원 지위 승계 제한으로 주택을 매도하기조차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토론회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토론회가 (사업자들의) 민원의 장으로 전락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 정부의 입장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안도 없이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5일 금융위원회의 금융 분야 토론회와 16일 재정경제부의 세제 토론회를 거쳐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관련 논의를 종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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