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이 내년 새로운 100년을 이끌 차기 대표이사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취임 후 한 차례 연임한 조욱제 현 대표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15일 만료됨에 따라, 정관과 규정에 따른 후임자 낙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13일 유한양행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주주총회 약 6개월 전인 늦어도 9월 중순에 최종 1인의 대표이사 후보자를 확정하고, 해당 후보를 총괄부사장 등으로 임명해 승계 준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7월 1일 자 정기 인사에서 총괄부사장을 임명해 오던 관행과 달리 올해는 관련 인사가 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늦어도 9월 1일 자 전보 인사를 통해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차기 대표이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김열홍 R&D 총괄사장,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부사장) 등 3명이다. 이번 인선은 유한양행이 기존의 '영업통 순혈주의'를 유지하며 조직 안정을 꾀할지, 혹은 '외부 연구개발(R&D)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열홍 R&D 총괄사장은 고려대 의대 교수와 아시아암학회장 등을 지낸 종양학 권위자로,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했다. 유한양행의 핵심 미래 성장 동력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상업화 성과를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유한양행은 중앙연구소와 임상의학본부, R&BD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재편하는 등 R&D 조직의 위상을 대폭 격상시켰다.
김 사장은 현재 유한양행 보통주 8339주를 보유해 이병만 부사장(3232주), 유재천 부사장(1548주) 등 내부 경쟁 후보군을 보유 주식 면에서 앞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6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며 외부 영입 인사라는 거리감을 좁히고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해 왔다는 평가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영관리와 영업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은 이후 모두 내부 승진한 인사가 대표를 맡았다"며 "영업과 관리 경험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홍보, 약품사업, 경영관리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유한맨'이다. 여러 부문을 두루 거친 내부 인사를 수장으로 세워온 유한양행의 전통적인 승계 공식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부사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40년간 몸담으며 다져온 조직 이해도와 안정적인 리더십이다. 실제 이 부사장이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은 이후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866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최근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 집행 규모가 감소세(2022년 2687억원 → 2023년 2423억원)를 보인 점은 이 부사장에게 과제다. 실적 관리 능력은 입증했으나, '렉라자' 이후의 차세대 글로벌 신약 투자 비전과 R&D 혁신 지속 방안에 대해 이사회와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유재천 부사장은 1994년에 입사해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사업을 모두 경험한 영업·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다. 과거 종합병원사업부장과 마케팅부문장을 거쳐 현재 유한양행의 핵심 수익원인 약품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유 부사장은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 중 가장 젊은 인사라는 점에서 유한양행의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카드로 주목받는다. 현장 중심의 탁월한 사업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약품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경쟁 후보들에 비해 R&D나 글로벌 비즈니스 관련 업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2009~2012년) 운영했던 공동대표 체제를 재도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포스트 렉라자' 발굴이라는 R&D 과제와 기존 영업·경영관리의 안정성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며 "공동대표 체제를 다시 도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차기 대표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