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털어도 역성장"…'백종원 색채' 옅어지는 더본코리아


빽다방 신규 BI서 백종원 얼굴 사라져
이사진 9명 중 7명 외부 전문가 수혈
연이은 악재와 실적 악화 극복 위해 고강도 쇄신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최근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2년 연속 역성장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더본코리아가 핵심 브랜드 '빽다방' 로고에서 백종원 대표의 얼굴을 뺐다. 최근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으로 사법 리스크는 벗어났지만,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2년 연속 적자로 위기가 이어지자 일각에선 '백종원 색채 지우기'로 실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빽다방은 최근 신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개하고 기존 로고에 새겨진 백 대표의 얼굴을 제외했다. 한글 브랜드명도 영문인 'Paik’s DABANG'으로 교체했다.

더본코리아는 본사 지원으로 신규 BI가 적용된 간판을 전국 매장에 순차 교체하고, 해외 출점에도 속도를 낸다. 빽다방은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점포 수가 1833곳으로, 해외는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매장 17곳을 보유하고 있다. 8월에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중국, 대만, 미국 등 해외 출점을 가속화한다.

빽다방 측은 "해외시장 준비 과정에서 브랜드를 쉽고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BI를 만드는 데 고민이 컸다"며 "외부 전문 업체와 여러 후보군을 검토했고, 회사 임직원과 점주 의견까지 수렴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뉴얼이 해외 소비자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더본코리아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에서 사실상 상징과도 같은 백 대표의 얼굴을 제외한 배경에는 최근의 급격한 실적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더본코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매출이 20%대 하락하며 실적이 고꾸라졌다.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 대비 22.2% 감소한 3612억원에 그쳤으며,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28.1% 하락한 796억원에 머물렀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의 인기와 함께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지난해 그의 과거 방송 출연 모습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팩트DB

◆ 탄탄대로 걷던 더본코리아, 숱한 논란에 "잃어버린 1년"

사실상 더본코리아의 실적 흥망성쇠는 백 대표의 행보와 직결되는 구조다.

백 대표는 1994년 1월 건축자재 무역업을 하던 현재 회사의 전신 '다인인더스트리얼'을 세우며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1997년 외환 위기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1993년부터 운영하던 서울 논현동 쌈밥집에서 고안한 '대패삼겹살'을 발판 삼아 외식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04년 2월 사명을 더본코리아로 변경한 뒤 한식·중식·양식 등 25개 외식 브랜드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자영업자에서 기업가로 발돋움했다. 특히 백 대표가 활발한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을 때마다 더본코리아는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고, 2024년 1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백 대표 중심의 마케팅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해 백 대표의 과거 방송 출연 모습들이 재조명되며 각종 위생 논란이 불거진 것이 시작이었다. 특히 2023년 11월 홍성 바비큐 축제 당시 분무기로 사과주스를 뿌린 퍼포먼스가 식품위생법 위반 의혹으로 확산했고, 논란은 더본코리아 일부 제품의 원산지표시법·축산물위생관리법·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번졌다.

최근 수사기관을 통해 의혹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와 가맹점 매출 타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백 대표는 제2 창업을 선언하며,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경영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435억원의 가맹점 상생책을 펴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백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수많은 억지 민원과 고발로 잃어버린 1년을 보냈다"며 "거의 모든 의혹이 무혐의로 정리됐고, 가맹점 활성화와 점주 우선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매출이 20%대 하락하는 등 급속도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최근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며 사업구조 재편에도 나선 상황이다. /더팩트DB

◆ 이사회 9명 중 7명이 외부 인사…상생위원회로 체질 개선도

'백종원 색채 지우기'를 통한 체질 개선은 브랜드 로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본코리아가 최근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며 단행한 이사진 개편 역시 백 대표 개인에게 의존하던 1인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시스템 중심의 기업형 경영 체제로 전환하려는 인적 쇄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사외이사 3명을 5명으로 증원하며,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 이상 확대했다.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총 9명 중 7명이 외부 출신으로 채운 상태다. 내부 인사는 과거 공동대표 체제를 이끌었던 백종원 대표와 강석원 사장뿐이다.

사내이사로 영입된 최경선 가맹사업본부총괄은 삼성물산과 홈플러스 등을 거친 유통 전문가이며, 강석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재무 전문가다. 사외이사 역시 윤동춘 성현회계법인 감사본부장, 검찰 출신 김해수 이사, 최원길 법무법인 제이앤씨 대표변호사, 유효상 유니콘경제연구원 원장,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대표변호사 등 법조 및 재무 전문가를 전면 배치했다.

이는 백 대표 개인의 스타성에 기댔던 과거 마케팅 방식이 리스크로 돌아오자, 경영 전반에 걸쳐 백 대표의 흔적을 줄이고 객관적인 시스템 경영을 안착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본코리아는 향후 가맹점 상생 및 실적 돌파구 마련 역시 백 대표 전면 내세우기 방식이 아닌, 제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풀어갈 방침이다. 가맹점 대표, 본사 임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상생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이번에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인 유효상 유니콘경제연구원 원장 등 외부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백 대표는 "앞으로도 본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브랜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만들겠다"며 "잃어버린 1년을 다시 찾은 10년으로 보답하도록 상생위원회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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