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로운 사기'에서는 어둡고 사연 있는 눈빛으로, '연인'에서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던 김윤우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꺼냈다. 어둠 대신 햇살을, 날카로움 대신 해맑음을 품은 용주천은 김윤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사랑둥이'까지 소화 가능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김윤우는 최근 서울 마포구 <더팩트> 사옥에서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극본 김지수, 연출 이명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편동도의 아이돌 한의사 용주천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하는 '닥터 섬보이'는 모두가 기피하는 악명 높은 섬 편동도에 입도한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와 비밀 많은 간호사 육하리가 그리는 메디컬 휴먼 로맨스다. 지난 7일 12부를 끝으로 종영했으며 특히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5.9%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극 중 용주천은 극의 무게를 덜어주는 사랑둥이이자 엄정선(이수경 분)과 함께 시청자들의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서브 커플의 한 축이었다. "왕자님" "도련님" "에겐남"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예상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5.9%를 기록했고, 김윤우 역시 누구보다 따뜻한 작별을 맞이했다.
종영 다음 날 만난 김윤우는 아직도 작품의 여운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제 첫 방송을 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방송까지 끝났다"며 "마지막 회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청자분들이 '닥터 섬보이'를 보며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담담히 웃었다.
"촬영했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더라고요. 작품 자체가 너무 따뜻해서인지 여운도 오래 남았어요. 이제는 주천이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가장 슬펐던 것 같아요."
작품을 떠나보내는 배우의 마음은 제작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영 직후 감독과 작가, 제작사 대표, 스태프들이 함께 통화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고 "너무 고생했다"는 인사를 나눴다. 김윤우는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다들 뿌듯해하셨다"며 함께 완주한 현장을 떠올렸다.
사실 이번 작품은 김윤우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동안 어둡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는 누구보다 맑고 순수한 용주천을 연기해야 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는 결과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부담을 느낄 새가 없었어요.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작품이 끝날 때마다 늘 아쉬움은 남아요.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에도 저만 아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계속 모니터하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용주천은 김윤우에게도 낯선 인물이었다. 이전까지 그가 주로 보여준 것은 서늘한 분위기와 묵직한 존재감이었다. 반면 용주천은 맑고 순수한 에너지로 주변을 물들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해한 사람"이라며 "맑고 깨끗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정의했다.
용주천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의외로 어린아이였다. 순수함을 연기하려 하지 않고, 순수한 존재를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 네 살을 앞둔 조카와 시간을 보내며 표정과 말투, 장난기까지 하나씩 눈에 담았다.
"애기들은 악의가 없잖아요. 그 본능 그대로를 보여드려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카랑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고 강아지처럼 무해한 존재들을 유심히 봤어요. 거울을 보면서 '어떻게 웃어야 조금 더 바보 같을까' 연습도 정말 많이 했어요."
공보의라는 직업 역시 김윤우에게는 생소했다. 이름만 들어봤을 뿐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 한의사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침을 놓는 동작부터 손의 각도, 진료를 준비하는 태도까지 하나하나 익히며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실제로 한의사 선생님과 여러 차례 만나 연습했고 주변에도 자문을 많이 구했다"며 "시청자들이 봤을 때 어색하지 않은 공보의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고 말했다.
극 중 용주천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찌질한 면모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밉기보다 귀엽게 다가왔고,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이 됐다. 김윤우는 의도적으로 '찌질함'을 만들기보다 감정에 충실하려 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찌질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상황에 진심으로 반응하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필터를 씌우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자존심보다는 마음부터 표현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 순수함은 엄정선과의 로맨스에서도 빛을 발했다. 메인 커플과는 또 다른 결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 두 사람은 어느새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커플'이라는 반응까지 얻었다. 김윤우는 "의학물 특성상 극이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조금 더 현실적이면서도 환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김윤우와 이수경은 리허설 때마다 감독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과한 귀여움은 경계하되, 두 사람만의 엉뚱한 매력을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 대사 한 줄, 손동작 하나까지 함께 고민했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장면이 이른바 '입술 박치기' 키스신이다. 일반적인 로맨틱한 키스보다 서툴고 엉성한 첫사랑의 감정을 담고 싶었던 김윤우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갑자기 본인도 모르게 저질러 버린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능숙한 키스보다 엉성한 게 주천이답다고 느꼈죠. 감독님도 좋다고 해주셔서 리허설을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대신 제가 너무 세게 박아서 촬영 끝나고 수경 선배님께 죄송하다고 계속 말씀드렸어요."
용주천만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외적인 변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극 중 모델 출신 배우들 사이에서 오히려 왜소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로 6~7kg을 감량했고, 의상 역시 긴 상의와 짧은 바지로 일부러 비율을 다르게 연출했다.
그는 "다들 키도 크고 몸도 좋아서 제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차라리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잘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배우 김윤우에게 연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이전에는 자신의 연기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상대 배우와 스태프, 현장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생겼다. 좋은 작품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예전에는 제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 주변을 더 많이 보게 됐어요. 상대 배우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그렇고요. 제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일까. 김윤우는 '닥터 섬보이'가 자신에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꼽았다. 모든 것을 빈틈없이 준비하려 애쓰던 욕심을 조금 내려놓자 오히려 여백에서 캐릭터의 진심이 보였고, 그 덕분에 용주천이라는 인물이 더욱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믿었다.
"가끔은 완벽하지 않은 게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여백의 미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부담을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완벽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제 자신을 힘들게 만들더라고요. 조금은 비워둘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밝고 순수한 캐릭터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고, 로맨스라는 장르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로 남는 것이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 거예요. 같은 어두운 역할이라도 다 달라야 하고, 이번처럼 밝은 역할을 했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작품 덕분에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서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가 떠나보내고 싶은 용주천의 모습도, 앞으로 배우 김윤우가 걸어갈 방향도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주천이는 끝까지 지금처럼 해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처럼 김윤우 역시 한 작품, 한 작품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편동도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시청자 여러분들의 삶에도 사랑이 가득하고 따뜻한 온기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인' 때도 말씀드렸지만, 오래 기다리시지 않게 더 좋은 작품과 더 성장한 연기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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