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늘리는데 현장은 비어간다…건설업 청년정책 '빈틈'


'일자리 수'보다 '정착률' 중요
중소 건설사 교육·멘토링 한계
근무환경 개선 없인 인력난 심화

이재명 정부가 지난 4월 청년뉴딜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청년 고용 지원을 확대했다. 첨단산업 직무교육과 일경험 확대, 일터 재진입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 구직·취업 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청년 일자리 정책은 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은 갈수록 늙어간다. 이재명 정부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정작 청년을 현장에 붙잡아 둘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원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인력난을 풀기 어렵고 청년이 숙련 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4월 '청년뉴딜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청년 고용 지원을 확대했다. 첨단산업 직무교육과 일경험 확대·일터 재진입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과 구직·취업 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직무 역량과 실무 경험 부족·취업 정보 격차·심리적 어려움이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정부가 청년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악화한 고용지표가 있다. 올해 1분기 청년(15~29세) 고용률은 43.5%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았다. 구직·실업·쉬었음 상태인 20~30대 미취업 청년은 171만명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는 두 달 연속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세대 간 구직 경쟁 심화·기업의 경력직 채용 확대를 꼽았다. 개인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 아래 '도약'·'경험'·'회복' 등 세 가지 지원 체계와 정책 인프라 고도화를 중심으로 청년 고용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청년 고용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취업 기회를 넓히는 정책만으로는 산업이 안고 있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은 공사마다 현장이 바뀌고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이 이동하는 산업이다. 청년을 채용하는 일과 숙련 기술인력으로 키우는 일은 전혀 다른 과제라는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는 촘촘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 교육과 직무 배치·멘토링을 운영할 여력이 있다. 반면 중소 건설사는 공사기간과 현장 여건에 따라 인력을 운용해야 하고 기술인력 부족까지 겹쳐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관리를 지속하기 어렵다. 장시간·불규칙 근무와 잦은 현장 이동·휴게시설·조직문화도 청년들의 현장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 지원은 확대하는데…'정착'은 정책 밖에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으면서도 건설업 진입을 주저하고 중소 건설사는 청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청년들은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임금·워라밸·조직문화를 갖춘 대기업·중견기업 일자리를 선호한다. 대기업·중견기업 채용은 신입 공채에서 경력직과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반면 건설업 일자리 대부분은 중소 건설사에 집중돼 임금과 근무 여건·복지 등에서 청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 결과 청년들은 건설업 진입을 꺼리고 중소 건설사는 청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종합건설사 2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 건설현장의 기술인력 부족 원인으로 응답 기업의 80%가 '건설산업 진입 청년층 부족'을 꼽았다. 향후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65%가 '건설산업 근무 여건 향상'을 선택했다. 직접적인 고용지원이나 인센티브보다 청년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건설기술인 재직자 평균 연령은 2006년 39.5세에서 2016년 46.6세·올해 52.4세로 높아졌다. 경기 침체로 인력 부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산업 내부에서는 청년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건설경기가 회복되면 인력난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향후 SOC 투자와 주거 안정 관련 예산·국가 균형성장 전략·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대형 정책사업이 본격화하면 숙련 기술인력 수요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청년 유입이 지금처럼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장 인력 공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구직·노동시장 재진입 지원은 단기적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자리 정착과 직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청년이 다른 산업으로 전직하지 않고 건설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청년 정책의 성과 기준도 고용 유지와 성장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교육과 경력관리를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직무 배치와 현장 적응 교육·디지털 도구 활용 교육·멘토링·평가·보상 체계를 산업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 연구위원은 "건설업 청년 정책은 단기적인 채용 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이 일할 만한 근무 여건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과 성장 기반을 함께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중소 건설사의 교육과 경력관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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