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신예은, '햇살 여주'로 증명한 사랑스러움


익숙한 수식어 그러나 어려운 연기 '햇살 여주'
'닥터 섬보이' 속 육하리 役…이재욱 등과 호흡

배우 신예은이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앤피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누군가는 배우 신예은을 '햇살 같은 배우'라고 말한다. 환하게 웃는 얼굴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 그래서 '닥터 섬보이' 속 강하리는 마치 신예은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연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사랑스러움도 무해함도 따뜻함도 계산하는 순간 무너진다. 신예은은 자신의 매력을 그대로 꺼내 보이기보다 강하리라는 인물의 온도를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그 결과 '햇살 여주'라는 익숙한 수식어는 그의 또 다른 연기력이 됐다.

신예은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극본 김지수, 연출 이명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비밀 많은 간호사 육하리 역을 맡은 그는 "끝까지 함께 달려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하는 '닥터 섬보이'는 모두가 기피하는 악명 높은 섬 편동도에 입도한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와 비밀 많은 간호사 육하리가 그리는 메디컬 휴먼 로맨스다. 지난 7일 12부를 끝으로 종영한 작품은 외딴섬에서 만난 두 남녀가 넘치는 정만큼이나 사연도 충만한 섬마을 주민들을 통해 사람을 구하고 사랑을 배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예은에게 '닥터 섬보이'는 망설임이 없었던 작품이다. 그 배경에는 대본이 가진 힘과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있었다. 신예은은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으면서도 극 안에서 쉴 새 없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대본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그 기대는 현장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신예은은 "감독님은 터프한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감성적이고 섬세한 분이셨다"며 "내가 울면 같이 울어주시고, 웃으면 함께 웃어주셨다. 배우와 호흡하며 감정을 만들어가는 분이라 로맨스도 더 예쁘게 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앞서 '꽃선비 열애사'부터 '정년이' '백번의 추억' '탁류'까지 사극과 시대극을 연이어 연이어 선보였던 신예은으로서는 오랜만의 현대극이기도 했다. 이에 촬영장에 가는 거리가 비교적 수월하길 기대했다는 그는 "웬걸, 촬영지가 거제도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획했던 건 아닌데 시대극을 연이어 해왔더라고요. 이번에 현대극을 하게 됐을 때, 스타일링도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이 컸어요. 비록 왕복 9시간 거리의 거제도를 화요일에 들어가 금요일에 나오는 스케줄이었지만, 막상 가니 거리 따윈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너무 좋았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을 정도예요."

배우 신예은이 앞서 사극과 시대극을 연이어 선보이다 오랜만에 현대극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KT스튜디오지니

극 중 간호사라는 전문직을 표현하기 위해 신예은은 주변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보았던 당당하고 이성적이면서도 상냥했던 간호사들의 따뜻함을 하리에게 이식하고자 했다. 실제 대학병원과 보건소에 근무하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료 키트를 사서 무한 반복 연습에 돌입했다.

신예은은 "친구들은 '그냥 하면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 '그냥'이 가장 어려웠다. 능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일이라 '그냥'이라고 표현한 거더라. 때문에 이러한 디테일을 몸에 체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묻고 크로스체크를 하며 확인하고 하나하나 몸에 익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햇살 같은 강하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흔히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배우 본연의 이미지에 기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예은은 오히려 그 지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억지로 웃으면 부자연스럽고, 귀여움을 의식하는 순간 캐릭터의 생명력도 사라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이명우 감독이었다. 때문에 이 감독은 "햇살처럼 웃어 보라"는 주문 대신 배우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기다렸다. 신예은은 "내가 사랑스러움을 만들어냈다기보다 감독님이 내 안에 있는 모습을 꺼내주신 것 같다"고 돌이켰다.

"감독님이 어느 날 갑자기 '하리 바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는 그냥 웃음이 터졌는데 그 장면이 그대로 작품에 들어갔어요. 만약 '예쁘게 웃어 봐'라고 하셨으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감독님은 제가 억지로 만드는 표정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을 더 좋아하셨어요."

배우 신예은이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 속 육하리 역을 맡아 햇살 여주의 정석을 보여준 가운데 짙은 감정 연기도 표현하며 호평을 얻었다. /KT스튜디오지니

강하리는 단순히 밝기만 한 인물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쉽게 상처받고, 슬픔을 온전히 끌어안으면서도 다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친구였다. 신예은 역시 그 점에 끌렸다. 신예은은 "처음에는 강하고 씩씩한 친구인 줄 알았. 그런데 연기할수록 생각보다 여리고 아픈 아이더라고. 할머니 앞에서는 무너지고, 또 금방 눈물을 닦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림은 할머니(길해연 분)과의 호흡에서 더욱 짙어졌다. '닥터 섬보이' 후반부, 하리의 버팀목이었던 할머니와의 이별 서사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평소 실제 할머니와도 돈독하다는 신예은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본 적이 없어서 그 슬픔의 농도를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영정사진 앞에 음식을 내려놓는 순간에는 대본을 넘어 진짜 이별을 마주한 듯 먹먹함이 밀려왔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확 와닿더라고요. 하리는 울음을 참으려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괜찮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애쓰지만 결국 슬픔은 감출 수 없는 사람이었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다가 급작스럽게 딥해진 할머니 서사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예은은 단단한 소신을 밝혔다.

"드라마는 결국 우리의 인생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관계의 어긋남이나 누군가의 떠나감처럼 당연히 겪어야 하는 슬픈 단면들도 있잖아요. 너무 깊은 슬픔이라 보시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삶이 담겨있다'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후반부로 가면서 그 아픔이 해소되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치유되니까, 보시는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매년 2~3작품씩 꾸준히 달리고 있는 배우 신예은이 쉬고 싶다가도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앤피오

신예은은 하리를 연기하며 자신의 모습도 많이 돌아봤다고 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모습, 사랑을 주는 데도 받는 데도 익숙한 태도는 배우 신예은에게도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하리는 모난 데가 없는 사람이에요.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도 알고, 받은 사랑을 다시 베풀 줄도 알죠. 그런 사람이 정말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신예은은 여전히 자신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로맨스와 코미디를 통해 본연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또 다른 얼굴도 꺼내 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로맨스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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