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 다녀갔지만 …장마철 수사 국면 번진 '올공' 집회 [오승혁의 현장]


8일 15번째 찾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
국조특위 진입 이후에도 34일째 집회 이어져
경찰 폭행 혐의 참가자들 송치

8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에서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5일 시작 이후 34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플래카드가 비 맞는 것을 막기 위한 비닐막이 설치되어 있다.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5일 시작 이후 34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현장에 진입해 투표함·투표지 보관 상태와 CCTV 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지만, 집회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국조특위 현장조사 이후 봉쇄 국면이 한 차례 변화한 데다 장마와 폭염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현장 규모는 이전보다 줄어든 분위기였다. 여기에 집회 과정에서 경찰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참가자들이 검찰에 넘겨지면서 현장 갈등은 수사 국면으로도 번지고 있다.

"다 왔네, 내리시죠."

8일 오후 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떨어져 앉아 있던 중장년 남성 3명이 같은 말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명은 ‘STOP THE STEAL’ 문구가 적힌 배지를 모자에 달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책을 읽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성까지 셋은 함께 열차에서 내려 핸드볼경기장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승혁의 현장'이 다시 찾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는 국조특위 현장조사 당일의 긴장감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한바탕 비가 쏟아진 뒤인 오후 2시경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집회 참가자 약 200명이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한미공조! 국제수사!"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2일 집회 참가자들이 국조특위의 진입 예상 경로로 보고 앞을 지켰던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에는 수십 개의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지난 2일 집회 참가자들이 국조특위의 진입 예상 경로로 보고 앞을 지켰던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에는 수십 개의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한미공조 국제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각종 홍보 포스터도 자리했다. 국조특위가 개방해 들어갔던 2-2 게이트 앞에도 다시 텐트와 돗자리, 천막 등이 등장했다.

비가 내린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핸드볼경기장으로 향하는 다리와 주변 구조물에는 플래카드와 종이 안내문을 보호하기 위한 비닐막이 덮여 있었다. ‘재선거’ 등 문구가 적힌 종이들은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 아래 놓였고, 여러 참가자들은 우산과 우비를 챙긴 채 자리를 지켰다.

집회 분위기도 초반과는 달라졌다. 초기에는 ‘재선거’ 요구를 중심으로 2030 청년층이 더러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성조기와 ‘부정선거’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고 이날 현장 역시 중장년층 중심으로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은 수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조특위의 개표소 진입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전날 서울동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2일 낮 1시 10분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국조특위 진입을 막는 집회 참가자를 떼어내던 경찰관을 밀치며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 투표함이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핸드볼경기장 내 개표소로 이송된 지난달 5일 송파경찰서 직원을 향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위장했다고 주장하며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20대 남성 2명과 40대 남성 1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구호 변화도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집회 초반에는 ‘재선거’ 요구를 중심으로 2030 청년층도 일부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성조기와 ‘부정선거’ 구호가 전면에 등장하자 부담을 느낀 이들이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었다. 대학가 역시 6·3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잠실 개표소 봉쇄 집회에는 적극적으로 합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낮 현장에서도 참가자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고, 2030 청년층은 일부에 그쳤다.

날씨도 변수다. 7월 들어 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폭염 가능성까지 예고되면서 야외 집회 여건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집회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지만, 폭우와 폭염 속에서 참가 규모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일 국조특위 현장조사 이후에도 개표함 반출이 이뤄지지 않아 회원종목단체의 업무 정상화가 또다시 미뤄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적 책임 여부와 회원종목단체 피해 보상 가능성에 대한 법률 검토도 예고했다.

봉쇄 시위가 한 달을 넘기며 현장의 긴장감은 다소 낮아졌지만, 개표함 반출과 체육단체 업무 정상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 수사로 이어진 가운데 장마와 폭염까지 겹치면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갈등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sh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