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제8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광진 사장의 IBK투자증권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는 전임인 서정학 사장 체제에서 선포한 2030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의 승계 작업이다. 체급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와 1조6000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도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중견급 증권사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표다. 자본 활용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4.2% 수준에 머물며 업계 하위권에 그쳤다.
증시 호황에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극대화한 시기 IBK투자증권이 수익 부진을 면치 못한 배경으로는 핵심 사업인 기업금융(IB) 부문 손실이 지목된다. 타 증권사들이 리테일과 전통 IB 부활 등에 유례없는 실적 랠리를 이어간 반면, IBK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만 54억원의 세전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38억원 적자) 적자 폭이 확대됐다. 모기업인 IBK기업은행 계열 특유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가 시황 변동기에 과감한 딜 수임이나 인수금융 투자를 가로막으면서 오히려 독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성 회복보다 더 험난한 과제는 IBK투자증권의 중장기 목표이기도 한 자본 확충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창립 기념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늘려 국내 11번째 종투사 자격을 취득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선포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1조3689억원 수준이다. 종투사 요건인 3조원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4년 안에 향후 약 1조6300억원 이상의 자본을 추가로 쥐어짜 내야 하는 상태다.
그간 IBK투자증권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연이어 발행하며 외형 자본을 늘리는 임시방편을 써왔다. 다만 이는 매년 자회사 계정에 배당 등 막대한 이자 비용 부담을 전가해 자체 이익 적립을 저해하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종투사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행인 IBK기업은행을 설득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끌어내는 길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광진 사장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그의 독특한 이력 덕택이다. 최 사장은 1992년 기업은행 입행 이후 전략기획팀장, 투자금융부장, 그리고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장(부행장)을 거친 정통 '기은맨'이자 금융그룹 내 최고의 전략·IB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IBK투자증권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 체계 다지기를 주도해 왔다.
최 사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사에서 "기업공개(IPO)와 인수금융 등 증권사 고유 업무는 물론 모행(기업은행)과 중소기업 경영승계 지원을 위한 사모펀드를 적극 추진하는 등 패밀리 오피스 역량도 강화해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자본 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사업 연계 시너지를 극대화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 수장이 모행에서 전략과 CIB를 모두 총괄해 본 만큼 그룹 내 조율 능력과 전문성은 검증된 인물"이라면서도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임기 초반 확실한 증자 확약을 받아내고 적자 늪에 빠진 IB 부문 등의 체질 개선을 속도감 있게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