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반도체가 주도하는 천재일우 산업 대전환 기회…놓쳐서는 안 된다


사사로운 이해득실보다는 대승적 양보와 타협 필요

전남광주시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 약도. 왼쪽은 황룡강 오른쪽은 영산강이 흐르며, 광주의 행정 상업 중심지인 상무지구와는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다.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4기 건설 후보지로 광주공항이 낙점됐다. 유래없는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기업과 정부의 능동적인 투자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대형 반도체 팹을 돌리는데 필요한 6.3GW의 전력과 65만t의 용수 확보 방안도 제시됐다. 이 로드맵대로라면 빠르면 3~4년, 늦어도 5~10년 후면 전투비행장이 최첨단 반도체 칩을 쏟아내는 공장으로 변신한다.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 용인 산단은 반도체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6년이 걸렸다.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줄줄이 걸려 있는 법적, 행정적 규제를 넘어야하는 탓이다.

이번 광주공항 반도체 팹 건립은 경기권 반도체 산단 등의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토균형발전과 AI 시대 전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때 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공항 반도체 팹 건립 사업은 초스피드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속도전에 나서더라도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첩첩산중이다.

팹을 착공하려면 우선 군사시설 이전이 선행돼야 한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의 기본 원칙은 기부 대 양여 방식이다. 사업 시행자(지자체)가 새로운 공항을 지어 국방부에 넘기면 종전 부지를 사업시행자에게 되돌려 준다. 사업시행자는 종전 부지를 개발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전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런 절차를 줄이기 위해 군사시설 임시 이전과 공장 착공 동시 이행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군 공항을 기부받기 이전이라도 '선 양여'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은 종전 부지 개발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부족분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다. 다만 지원 가능한 예산 범위를 넘어설 경우엔 해법이 따로 없다.

관련법을 개정해 '선 양여 후 기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법적 절차를 거쳐 군 공항을 이전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릴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해당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으로 묶여 있다. 군 공항이 빠져나가야 이런 규제도 풀린다. 정부의 속도전과 배치된다. 당장 착공과 공사 진행이 이어지려면, 용수나 전력 문제에 앞서 250만평 규모의 광주공항이 온전히 비워져야 한다.

그래서 군사시설의 분산 배치 또는 전투기 훈련 비행장 임시 이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쯤 착공한다면 아무리 탄약고 자리 등 유휴 부지 60여만평을 먼저 이용하더라도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가운데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행단 임시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남 사천이나 전북 군산 비행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결정된 무안군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도 선행돼야 한다. 최근 김산 무안군수는 이전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운용 중인 '6자협의체 회의'에 불참하면서 3개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민간공항 선 이전,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1조 원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 인센티브 제공 등이다.

겉으론 정치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전부지로 확정하려면 올 말쯤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 부결될 경우 국가적 메가프로젝트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공은 지역으로 넘어 왔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은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통합시의 역량과 의지를 증명할 차례가 됐다"고 밝혔다.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부의 정책 의지는 확인됐다는 것이다. 역사적 산업 경제 대전환의 기회를 지역 내부 갈등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전력 확보를 위한 원전 추가 건설, 송배전망 확충, 용수 확보 등 주민 갈등적 요소를 내포한 과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하나만 삐끗해도 전체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주민의 지혜가 보태진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산업 대전환 시대를 여는 열쇠는 주민들의 몫이다. 사사로운 이해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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