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민설'] '낙동강 오리알' 이후 새로운 시작


'첫 번째 남자'서 악역 진홍주 役으로 열연
"'연기짱 김민설' 소리 듣는 배우 되고파"

배우 김민설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일일드라마 첫 번째 남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송호영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이름을 알리는 것과 배우로 인정받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4'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민설 역시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 주연작은 배우 김민설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는 첫걸음을 제법 단단하게 내디뎠다.

배우 김민설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MBC 일일드라마 '첫 번째 남자'(극본 서현주, 연출 강태흠)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진홍주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 번째 남자'는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 여자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은 여자의 목숨을 건 치명적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총 140부작으로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이번 작품은 김민설의 첫 일일드라마이자 첫 주연작이다. 김민설은 2022년 KBS2 드라마 '미남당'으로 데뷔해 EBS '네가 빠진 세계'를 거쳐 약 3년간 연기 활동을 잠시 멈췄다. 이후 2025년 방영된 '솔로지옥4'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그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첫 번째 남자'로 첫 주연에 도전했다.

화려한 예능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만큼 배우 김민설에게 쏠리는 관심도 남달랐다. 하지만 그는 화제성에 기대기보다 캐릭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누구보다 캐릭터를 오래 붙잡고 고민했고 악역으로서 '더 미움을 받아야 한다'는 욕심 역시 단순히 강한 악역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고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었다.

무려 9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은 쉽지 않았지만 김민설은 그 시간을 누구보다 값진 성장의 과정으로 기억했다. 그는 "너무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첫 주연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첫 번째 남자'라는 제목처럼 제 첫 번째 주연작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민설은 첫 번째 남자에서 야망의 화신 진홍주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방송 화면 캡처

김민설이 맡은 진홍주는 드림호텔의 직원이자 야망의 화신인 진홍주로 분했다. 진홍주는 강백호(윤선우 분)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을 품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응답뿐이다. 결국 강백호가 사랑하는 유일한 여자 오장미(함은정 분)를 증오하게 되는 인물이다.

악역인 만큼 준비 과정도 남달랐다. 유명한 악역들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진홍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습했고 같은 대사도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독하게 들릴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단다.

"악역인 만큼 조금 더 못되게 보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쟤 정말 밉다'고 느낄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죠. 유명한 악역이 있는 작품들도 많이 봤지만 결국에는 제가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일일드라마는 워낙 긴 호흡이라 홍주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흥미로운 점은 김민설은 진홍주를 단순한 악인으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밀한 계략을 꾸미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허당 같은 면모 역시 캐릭터의 매력이었다. 그는 "'허당처럼 보여야지'라고 생각하면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실 것 같았다"며 "작품 속 상황에서 제가 진짜 홍주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자격지심이 많은 친구로 설정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더 편한 말투로 바꿨어요. 홍주가 항상 자격지심에 빠져 있으면 스스로 머리가 너무 아플 것 같은 거예요. 대본에 쓰여져 있는 대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백호를 향한 홍주의 사랑 역시 단순한 집착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홍주가 백호를 이상형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 이유만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백호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한 가지에 집중하는 걸 보면서 점점 더 깊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김민설은 기회가 된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호영 기자

이처럼 캐릭터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자신만의 빌런을 만들어냈지만 이번 작품이 김민설에게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솔로지옥4' 이후 배우로서 다시 대중 앞에 섰기 때문이다. 예능은 그에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이미지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다 보니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솔로지옥4'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걸 넘어서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배우로서 정말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하는 거라는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런 김민설에게도 힘들었던 시기는 있었다. 2022년 '네가 빠진 세계' 이후 공백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김민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김민설은 모델 스포츠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갔다. 그는 "이 경험들이 언젠가 내게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힘들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모델이랑 스포츠 아나운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언젠가는 저한테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하다 보면 잘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재밌게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공백기를 지나 예능으로 이름을 알렸고 다시 배우로 돌아와 첫 주연작을 마쳤다. 누군가에게는 돌아온 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김민설에게는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순간이었다. 그는 "첫 시작을 좋게 한 만큼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연기할 때 저도 모르게 나오는 표정들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게 제 강점인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어요. 저 뭐든지 다 잘할 수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언젠가는 '연기짱 김민설'이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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