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미래 먹거리는 '반도체 소재'…산업 체질 바꾼다


HBM 수요 급증…첨단 패키징 소재 시장 확대
중국발 공급과잉에 PE·PP 등 범용 수익성 흔들

중국의 저가 공세로 범용 제품 수익성이 악화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사업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사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 제품 수익성이 악화하자 고부가 첨단소재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업계는 원료와 제품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에틸렌·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처럼 대량 생산돼 여러 산업에 두루 쓰이는 범용 제품이 수익성 악화의 진원지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이 멈췄고, 중국의 증설 물량까지 다시 풀리면서 제품 가격 경쟁도 버거워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평균 톤(t)당 315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19일 기준 163달러로 두 달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기는 25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수익성이 위축되자 석화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미래 사업 투자는 늘리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은 줄이면서도, 반도체·로봇·모빌리티 등 첨단소재 연구개발(R&D)에 자금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투자 확대는 반도체 시장 확대가 배경으로 읽힌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HBM 시장은 지난 2022년 27억달러에서 2029년 377억달러까지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접착제와 현상액, 유리기판 같은 소재 수요도 함께 커지는 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첨단 패키징 소재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HBM4E 12단 샘플. /SK하이닉스

LG화학은 2035년까지 R&D에 15조원을 투자해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금의 약 70%를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에 투입한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5일 미국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 앰코에 반도체용 스트리퍼를 양산 공급한다고 밝혔다. 스트리퍼는 회로 형성 뒤 기판에 남은 감광액과 잔여물을 제거하는 소재다. 이를 포함해 첨단 패키징용 접착제와 유리기판 소재 등을 개발해 현재 1조원 규모인 전자소재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도 반도체 소재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한덕화학은 지난달 19일 경기 평택 포승지구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생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현상액은 미세 회로 패턴을 만드는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총 1300억원을 투자해 2027년 하반기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OCI홀딩스는 일본 도쿠야마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두 회사는 5대 5 합작법인 OTSM을 세우고 4억3500만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한다. 2027년 상반기 준공을 거쳐 2029년부터 연간 8000t 규모로 양산한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보다 높은 순도가 요구돼 독일 바커와 미국 헴록, 도쿠야마 등 세계 소수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맞춰 초고압 케이블용 가교 폴리에틸렌(XLPE) 등 고부가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같은 첨단소재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되소 있다"고 진단했다.

index@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