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면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입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완전 폐지'를 외치던 정치적 경쟁을 넘어 실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완전 폐지와 예외적 인정 사이의 이견도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법사위는 지난 2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구성했다. 22대 국회 후반기 가장 먼저 문을 연 상임위인 법사위는 다음 주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으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정리하고 별도의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며 관련 입법은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고, 민주당도 정책위와 원내지도부, 법사위를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추진하며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계류 중인 주요 법안을 충실히 심사하겠다"고 밝혔고, 김용민 의원도 "10월 2일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까지 92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7월 안에 형사소송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다음 주부터 형소법 개정안을 비롯한 법사위 고유 법안을 순차적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김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보완수사권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당권 주자로서의 기싸움을 벌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김 전 총리가 정부의 최종 입장을 '보완수사권 폐지'로 정리하면서도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국회로 넘긴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당내 강경 여론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정 전 대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예외 없이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만 최근 들어 확인권과 긴급 보완수사요구권 등 대체 장치 마련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존보다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민주당 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에게 "검사가 수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확인권을 줄 수도 있고, 긴급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쪼개서 설계할 수도 있다"며 "기소에 필요한 행위는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보완수사권을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강한 '완전 폐지' 기조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입법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모두 있는 단체방에서 보완수사권을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원래 적지 않았다. 대통령도 예외적 보완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듯이, 국민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의견 표출도 이어지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피해자 보호와 경찰 권력 견제에 공백은 없는지, 일부 보완수사권을 남길 경우 남용 우려는 없는지, 이를 대체할 방안은 없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부작용이 있다면 그때 되살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정에 무한책임을 가진 정부와 여당 의원은 신중해야 할 일"이라며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합의로 결정된 사항. 왜 새삼스럽게 이슈화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고 우리끼리 싸워서 내란 세력 유리하게 만드는 일은 안 해야 한다. 통합 단결의 비전을 경쟁하는 전대(전당대회)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형사소송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촉박한 일정 속에 충분한 숙의가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법안 심사에 들어가더라도 숙의가 충분히 이뤄질지 우려된다"며 "출범 시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제대로 설계해 안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