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증시 투자와 단기 자금 수요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부담이 하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5대 은행 모두 올해 5월 말 기준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 누적 관리계획을 벗어난 가운데, 6월에도 개인신용대출이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이미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비대면 접수 제한, 우대금리 축소에 나서면서 연말마다 반복됐던 '대출절벽'이 올해는 하반기 초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 잔액을 지난해 말보다 1253억원 줄이기로 금융당국과 협의했지만 실제 잔액은 1조1583억원 증가했다. 계획과 실제 실적의 차이는 1조2836억원에 달했다. 5개 은행 모두 각자 설정한 5월 말까지의 누적 관리계획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5월까지 기타대출을 242억원 줄일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1696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364억원 감축 목표와 달리 1725억원 늘었고, 우리은행은 1216억원 증가 계획보다 네 배 이상 많은 5632억원 증가했다. NH농협은행은 6243억원을 줄이기로 했지만 실제 감소액은 3757억원에 그쳤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기타대출을 연간 1조3264억원까지 늘릴 수 있도록 계획했지만 5월까지 이미 6287억원 증가했다. 연간 기타대출 증가 가능액의 약 47.4%를 다섯 달 만에 사용한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연간 증가 가능액은 약 909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4172억원 줄여야 한다.
금융당국이 5대 은행에 부여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0.59~0.71%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0.71%로 가장 높고 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각각 0.70%, KB국민은행은 0.59%다. 이는 정책대출 등을 제외한 총량관리 대상 가계대출 기준으로, 금융권 전체 관리목표인 1.5%보다도 낮다.
은행들은 연간 총량 범위 안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의 월별 증감 계획을 자체적으로 짜 금융당국과 협의한다. 월별 계획은 법적으로 대출을 중단해야 하는 절대 한도는 아니지만, 특정 기간 목표를 초과하면 이후 월의 공급량을 줄여 연간 목표를 맞춰야 한다. 상반기에 기타대출이 계획보다 많이 늘어난 만큼 하반기에는 신규 취급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6월에도 신용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5대 은행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74조960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4조1000억원 증가했다. 월간 증가 폭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4월 1조5670억원, 5월 3조5269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2분기에만 가계대출이 9조2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특히 6월 개인신용대출은 한 달 만에 2조1550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에도 2조1741억원 늘었던 만큼 두 달간 증가액은 4조3291억원에 달한다.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1조7576억원보다 개인신용대출 증가액이 더 컸다. 주택 구입 수요뿐 아니라 주식시장 투자 등을 위한 단기 자금 수요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빨라지자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원이었던 반면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기타대출만 봐도 4월 6000억원 감소에서 5월 3조7000억원 증가로 급격히 돌아섰다. 금융당국은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주 단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한도와 접수 채널, 금리를 조정하며 신용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일반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 마이너스통장은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하나은행도 연 소득과 관계없이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낮추고,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미사용 한도 감액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대면·비대면 신용대출의 일별 접수량이 내부 기준을 넘으면 비대면 신청을 제한한다.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때 한도를 최대 20%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접수를 중단하고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신청도 제한했다.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축소해 실질적인 대출금리 하단을 높였다. 은행들이 일률적으로 대출을 중단하기보다 고액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비대면·플랫폼 채널부터 선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모습이다.
대출 관리가 강화되면 투자 목적의 고액 신용대출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생활비와 전세 보증금, 기존 고금리 대출 상환 등 실수요자의 자금 접근성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과 비대면 대환대출이 먼저 제한될 경우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차주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도 모든 신용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민금융과 정책성 대출, 금융취약계층 대상 상품은 한도나 접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전체 총량을 맞추려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고 소득이 안정적인 차주에게 적용되는 일반 신용대출의 한도와 우대금리를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5~6월 신용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넘게 늘어난 흐름이 이어지면 은행권의 하반기 대출 관리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사용잔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부담이 된다. 차주 입장에서도 한도대출은 실제 사용액이 아닌 한도금액이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여부 등에 반영돼 추가 대출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간 총량관리 방식 자체가 은행들에 대출 공급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길 유인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을 일찍 실행할수록 같은 규모의 대출에서도 이자수익을 더 오래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공급을 강하게 억제하기보다 상반기 영업을 이어간 뒤, 목표 초과 가능성이 커지는 하반기에 한도와 접수 채널을 조절하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간 대출 목표를 넘기면 하반기에 관리 압박을 받는 것은 어느 은행이나 마찬가지"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어차피 총량을 조절해야 한다면 연초에 대출을 먼저 늘려 이자를 받고, 이후 한도 축소나 금리 조정으로 증가 속도를 낮추는 편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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