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예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기소된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 "윤석열 정부도 몰락했고 기획재정부를 떠난 지도 오래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호소했다. "왼쪽 주머니든 오른쪽 주머니든 상관없다"며 예산 전용 의혹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2일 오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 전 실장,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고 김 전 실장 보석 심문도 함께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김 전 실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해 직접 보석 필요성을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구속 이후 38일 만에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김 전 실장 측은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실장 측 변호인은 "특검의 기소 자체에 여러 의문점이 있고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만으로 피고인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 다퉈야 한다"며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직권남용 범죄는 장기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범죄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보석을 허가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닌 데다 36년간 공직에서 헌신한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다"며 "사건과 관련된 증거는 감사원이나 특검에서 모두 확보한 상태라 인멸할 수 있는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전 실장은 "특검은 당시 대통령실이 관저 공사 진행 상황을 숨기려고 행안부 예산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국가재정법상 예산을 전용하려면 국회에도 보고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었겠냐"며 "정부가 추후에 지급할 돈이라면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가든 왼쪽 주머니에서 나가든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종합특검의 공소사실이나 증거에 대한 양측 의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며 오는 15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첫 공판기일은 오는 22일로 정했다.
종합특검 측에서 신문할 사건 관계자가 피고인들을 포함해 24명에 달해 내달부터 평균 주 1회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의 쟁점은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용도가 변경된 후 공사 단계부터 관리 주체가 어디였는지, 행안부 예산 사용의 적법성과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성립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이라며 "법정에 증인들을 불러 신문한다고 해결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여 특검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실장 등은 지난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에 예산을 초과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20억9000만 원 상당의 행안부 예산을 불법 전용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대통령비서실 명의의 허위 공문을 작성한 김 전 비서관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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