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오버뷰] '13골의 유령' 깰까...메시 vs 음바페, 축구사 최고의 전쟁


'신계의 전설' 메시냐, '신인류의 폭발력' 음바페냐...통산 최다골 전쟁
두영웅, 퐁텐의 유산을 향해 진격하며 우승을 조준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왼쪽)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AP·뉴시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신(神)계’에 머무는 전설이냐, 피지컬적 정점에 도달한 ‘신인류’냐.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집필 중인 두 명의 시대적 아이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펼치는 득점 레이스는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이 레이스가 유독 뜨거운 이유는 기록 자체를 넘어, 두 신·구 라이벌이 '월드컵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서로를 정조준하며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진표상 두 팀이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다면 그 장소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직 '결승전'뿐이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 당시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메시가 첫 월드컵 우승의 염원을 풀었던 그 운명적인 맞대결 서사가 북미 대륙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48개국 체제로 팽창한 무대에서, 지난 68년간 축구사 가장 높은 벽이었던 ‘13골의 유령’이 다시 깨어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쥐스트 퐁텐(프랑스)이 단 6경기 만에 남긴 13골은 한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초월적 퍼포먼스’의 상징이었다. 메시와 음바페가 이번 월드컵에서 과연 이 축구사 최고 존엄의 기록마저 넘어설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룬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이번에는 월드컵 최다 득점이라는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한다. /신화.뉴시스

◆ 역사적 대기록의 실시간 집필: 통산 1위와 녹아웃의 제왕

이번 골 레이스가 경이로운 이유는 메시와 음바페가 터뜨리는 골 하나하나가 곧 월드컵의 새로운 역사이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이미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이라는 영예로운 최상단에서 조국을 이끌고 전력 질주를 펼치고 있다.

리오넬 메시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6골을 몰아치며 월드컵 통산 19골 고지에 올랐다. 이미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를 넘어 역대 최다 득점자 자리를 독주중인 그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통산 20골'이라는 불멸의 신화에 단 한 골만을 남겨두고 있다. 월드컵 7경기 연속 골이라는 경이로운 페이스는 매 경기가 새로운 역사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력을 뿜어낸 그가 결승까지 가는 5경기에서 7골 이상을 더 추가한다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퐁텐의 대기록마저 깨우게 된다.

킬리안 음바페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스웨덴과의 32강전에서 폭발적인 멀티골을 터뜨린 그는 대회 6호 골을 신고하며 메시와 함께 대회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로써 월드컵 통산 득점도 18골을 기록, 메시를 단 1골 차로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특히 이번 멀티골로 월드컵 토너먼트(녹아웃 스테이지) 통산 10호 골 고지를 밟으며, 브라질의 호나우두(8골)를 멀찍이 따돌리고 '역대 월드컵 토너먼트 최다 득점자'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더욱 확고히 했다. 프랑스의 매끄러운 본선 행보 덕에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음바페는 앞으로 최대 4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3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조별리그 2차전 후반 추가 시간에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알링턴=AP.뉴시스

◆ 메시의 아르헨티나: ‘신’을 위한 완벽한 오케스트라

현재 6골로 선두를 달리는 리오넬 메시에게 득점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팀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는 철저히 ‘메시를 위한 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가장 먼저 메시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는 단순한 전술적 의존도가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쌓아 올린 존경과 신뢰의 깊이다.

메시가 수비의 압박에서 벗어나 골문 앞에서 해결사로 설 때, 아르헨티나는 가장 완벽한 축구를 구현한다. 메시의 득점은 곧 팀의 승리 공식이며, 그가 최상의 폼을 유지하는 것이 곧 아르헨티나의 우승 가능성과 직결된다. 토너먼트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메시가 보여주는 냉철한 슛 정확도와 동료들의 유기적인 지원은,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여전히 ‘우승 후보’로 꼽게 만든다. 메시의 득점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수록, 과거 이탈리아와 브라질만이 달성했던 역사상 세 번째 '월드컵 2연속 우승'이라는 대업도 현실로 다가온다.

프랑스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의 멀티골을 앞세워 이라크를 꺾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사진은 음바페가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필라델피아=AP/뉴시스

◆ 음바페의 프랑스: ‘파괴적 다양성’이 만든 기회

반면 음바페의 폭발적인 6골은 메시의 그것과는 다른 맥락에서 프랑스를 견인한다. 프랑스는 음바페 외에도 우스만 뎀벨레, 마이클 올리세, 브래들리 바르콜라 등 언제든 상대의 골문을 열 수 있는 탑클래스 골게터들이 즐비한 ‘스타 군단’이다.

음바페는 이 막강한 공격진 덕분에 외려 전술적 자유를 얻는다. 상대 수비진이 누구 하나에게만 집중할 수 없는 프랑스의 파괴적 다양성은, 역으로 음바페에게 더 넓은 공간과 슈팅 찬스를 제공한다. 스웨덴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 멀티골은 이를 잘 증명한다.

단순히 골만 노리는 사냥꾼이 아니라, 이번 대회 2개의 도움을 기록 중인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라운드를 폭넓게 휘저으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유도하는 그의 압도적인 활동량은 프랑스 공격 전체의 윤활유가 된다. 메시가 팀의 ‘중심’이라면, 음바페는 팀의 ‘폭발력’이다. 두 방식 모두 우승이라는 종착역으로 향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들이다.

프랑스의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가 2023년 파리에서 열린 유로 2024 예선 조별리그 아일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슛을 날리고 있다. /파리(프랑스)= AP 뉴시스

◆ '왕관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메시와 음바페의 골 레이스는 결국 누가 더 자신의 팀을 ‘우승’이라는 왕관에 가까이 데려다 놓느냐의 싸움이다. 퐁텐의 13골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은 이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 깨질 수도, 혹은 남겨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골을 사냥하는 공격수를 넘어, 각자의 팀이 가진 승리 DNA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라는 점이다.

메시는 정교한 시스템의 완성으로서 통산 20골 고지를 바라보며 아르헨티나의 안정적인 우승 가도를 설계하고 있으며, 음바페는 토너먼트의 제왕으로서 득점 공동 선두에 등극, 프랑스의 압도적인 화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엘링 홀란(5골)과 같은 신흥 도전자들이 호시탐탐 이들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팀의 핵심 동력으로서 메시와 음바페가 보여주는 역사적 서사는 가히 독보적이다. 2026년 여름, 퐁텐의 유산에 도전하는 득점 레이스 끝에 왕관을 쓸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축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두 영웅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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