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력수요 급증에 LNG 다시 꺼낸 기후부


3대 메가프로젝트 24.7GW…대형원전 18기 분량
“탈탄소 기조와 모순될 수도”…전기본 수요 재산정 필요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3지구. / 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를 전력 공급 옵션 중 하나로 다시 제시했다.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우선 활용하되 공급능력이 부족할 경우 LNG 등 다른 전원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태양광과 풍력,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LNG와 수소 등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6.3GW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충청·영남·호남 등에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는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로 추진된다. 두 사업에 필요한 전력 규모는 24.7GW로, 1.4GW급 신규 대형원전 약 18기 분량이다.

기후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우선 활용하는 전력 공급 원칙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LNG를 원천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1순위라는 방향은 명확하다"며 "다만 이번에 발표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난 만큼 실제 공급능력이 부족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는 여러 공급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일 뿐, 필요 물량이나 발전소 신설·증설 여부와 활용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전력 공급 방안은 LNG 발전 감축을 내세워온 기존 정책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탈탄소 전환 속도와 안정적 전력 공급 사이의 현실적 선택지가 다시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24.7GW에 이르는 신규 전력수요를 원전과 재생에너지만으로 단기간에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LNG가 다시 거론된 배경으로 꼽힌다.

신규 대형원전의 경우 부지 확보부터 건설·상업운전까지 약 13년 11개월(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이 걸린다. 재생에너지도 발전사업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확보, 계통접속, 송전망 보강 절차를 거쳐야 해 대규모 물량을 단기간에 공급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즉각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만큼, 대규모 전력수요가 빠르게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건설 기간(2~3년)이 짧은 LNG가 단기 보완 전원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멀티유틸리티의 300㎿급 LNG·LPG 열병합 발전소. /SK멀티유틸리티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급하게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면 가장 빨리 지을 수 있는 것은 LNG 발전소"라며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에 우선 전력을 공급한 뒤 장기적으로는 SMR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NG는 단기적인 대안일 뿐 장기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며 "LNG를 활용한다면 수소 혼소 등 탄소중립 전환 경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NG를 단기 보완 전원으로 활용하더라도 사용 규모와 기간, 무탄소 전원 전환 경로가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기존 탈탄소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전기국가 전환’을 내세우면서 LNG까지 포함한 전원 구성을 제시한 것은 탈탄소 전환 기조와 모순될 수 있다"며 "1단계 8.4GW 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어떤 전원으로, 어느 시점에 충당할지 연도별 에너지믹스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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