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원 '바쉐론 콤비' 주문…김건희 시계 받고 "대만족"


"다른 건 도와줄 테니 이건 그만"
의혹 터지자 김건희 직접 전화

공직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KNN 유튜브 영상 캡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로봇개 사업 등을 청탁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손목시계를 건넨 드론돔 대표 서성빈 씨가 여성용 시계와 함께 같은 모델의 남성용 시계까지 주문한 정황이 확인됐다. 서 씨가 주문한 시계 금액은 7425만 원 상당에 달했다.

김 여사의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2022년 8월 30일 바쉐론 관계자에게 "남자 것도 가능하면 화이트에 검정줄이면 좋겠다고. 두 분이 같은 계열로 콤비로 차겠다고. 좀 전 연락 옴", "가능하면 기분 맞춰주는 게. 이왕이면"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남성용 모델을 추가로 주문했다.

서 씨는 이후 자신의 계좌에서 상품권 업자에게 약 7006만 원을 송금해 상품권을 사들인 뒤, 바쉐론 콘스탄틴 화이트골드 40㎜와 36.5㎜ 시계 두 점, 총 7425만 원 상당을 상품권으로 결제한 것으로 적시됐다.

◆ 서성빈 "대만족, 실물이 더 이쁘다"...김건희 만족

서 씨는 같은해 9월 8일 바쉐론 콘스탄틴 한국지사장에게 "대만족, 실물이 더 이쁘다고"라는 김 여사의 반응을 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사장은 "아 너무 잘됐네요. 역시 회장님이 딱 맞게 골라주셨어요"라고 답했다.

다만 재판부는 여성용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1점만 알선수재 금품으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실제로 남성용 시계 구매를 요청했는지, 시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서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사용할 남성용 시계를 함께 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법정에서 김 여사가 외국에서 이 시계를 차겠다는 뜻을 보이자, 자신이 "전 영부인처럼 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만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김 여사가 "몰라서 그렇지, 공식 석상에서는 검소한 것 같아도 막상 애프터 들어가면 보석도 엄청나게 하고 그런다"고 답했다고 서 씨는 전했다.

김 여사가 서 씨의 로봇개 사업을 도왔던 정황도 드러났다.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처가 서 씨 회사와 계약을 맺어 특혜를 줬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자, 김 여사는 서 씨에게 직접 전화해 "다른 것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이건 그만해라", "언제고 서씨는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는 "김건희는 서 씨가 로봇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식했다"라며 "3990만원 상당의 고가 손목시계를 수수했다면 로봇개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기대 아래 제공된 것임을 미필적으로 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건희 씨가 공직 청탁과 함께 각종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김 씨의 재판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송호영 기자

◆회삿돈으로 마련한 귀금속…"보험 성격"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김 여사에게 제공한 귀금속들은 "향후 기업 현안에 대비한 보험"이었다는 판단도 판결문에 담겼다. 금품은 5560만원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2610만원 티파니 브로치, 2210만원 그라프 귀걸이 등 1억원에 육박한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만나기 어려우니 미리 친분을 확실히 해두려는 보험 성격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내 연락을 받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봤다.

김 여사는 브로치를 받은 뒤 먼저 이 회장에게 "회사에 도와드릴 일이 없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 회장은 "우리 사위가 인수위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통령도 학교도 검사도 다 후배가 되시니 좋은 자리가 있으면 골라서 봐달라"며 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여사가 박 전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쁘실 텐데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격려한 정황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청탁과 대가관계의 연장선에서 금품을 줬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단순히 취임 축하 선물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김 여사 측 주장이 상식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상민 공천 청탁도 유죄…'대통령 부부와 긴밀한 관계'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으로 공천을 청탁한 김상민 전 검사와 김 여사의 관계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2022년 7월부터 '줄리 의혹' 명예훼손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재판 동향 등 수사 정보를 파악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상민이 같은 애가 정치를 해야지"라고 수차례 권유해 김 전 검사가 2023년 초부터 정치 진출 의사를 굳힌 시점을 주목했다. 정치 진출을 모색하는 시기와 그림 제공 시점이 맞물린 점을 근거로 그림은 김 여사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제공된 알선 명목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김 전 검사는 창원 의창구 경선에서 배제된 후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재판부는 직위 신설 계획이 확인된 후 임명이 강행된 점 등을 들어 김 전 검사에 대한 인사상 배려가 이어진 것으로 봤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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