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양형기준 지나쳐…포퓰리즘적 엄벌주의"


"가중처벌 악용한 '민식이법 놀이' 부작용"
'교통범죄와 양형' 양형연구회 심포지엄

이동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양형연구회 제16차 심포지엄 교통범죄와 양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형위원회 제공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의 양형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지웅 수원지법 안산지원 판사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교통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열린 양형연구회 제16차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판사는 "2024년 기준 어린이 교통사고 치상 범죄에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에 불과하고 징역형과 벌금형 모두 법정형 하한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적했다.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보니 법원이 실형 선고를 피하거나 법정 하한형을 선고한다는 뜻이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고 김민식(당시 7세) 군 사망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스쿨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장 판사가 어린이 교통사고 치상 범죄의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 160건을 분석한 결과 선고형이 대부분 하한형에 근접했다. 법원도 현행 양형 기준이 지나치다고 판단한다는 방증이다. 장 판사는 "어린이 교통사고 범죄는 사소한 과실 경우도 처벌하는데도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설정하는 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스쿨존 내 교통사고 범죄 양형기준을 만들 때 기존 위험운전치사상죄의 형량 범위를 그대로 차용해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 양형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과실범에 대한 포퓰리즘적 엄벌주의는 범죄예방 효과는 떨어뜨리고 '운이 없어 처벌받았다'는 사회적 불신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양형기준의 형량 범위 하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미 서울동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어린이 교통범죄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에 따라 순수 과실범도 처벌하는데다 과실범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어 사회적 부작용도 크다"며 "아이들이 운전자의 위축된 심리를 악용해 스쿨존 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대상으로 자해공갈을 시도하는 '민식이법 놀이'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통사고 범죄 특성상 운전자가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의도적인 사고를 내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며 "과실범인 운전자에 지나친 처벌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 적용과 형벌의 예방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형량 범위의 하한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음주측정거부죄의 권고 형량을 올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행 양형기준상 음주 측정을 거부한 운전자가 만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로 적발된 운전자보다 적게 처벌받아 음주 측정 거부의 동기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 판사는 "음주측정거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주측정거부죄의 권고 형량을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운전자보다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현재 음주측정거부죄는 징역 1년6개월~2년6개월로, 만취 상태의 음주운전자는 징역 1년6개월~3년으로 권고 형량이 정해져 있어 '차라리 측정을 거부해야겠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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