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경기 불황으로 인해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편의점 업계가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점포를 4000개나 늘렸던 편의점 업계가 엔데믹 이후 변곡점을 맞이하며, 그간 벌여온 출혈경쟁이 후유증으로 돌아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유통을 벗어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과 손을 잡고 PB(자체 브랜드) 경쟁력에 골몰하게 된 배경이다.
3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는 7월부터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공동 개발한 아이스크림 '현차는 빵빵'을 내놓는다. 이 상품은 지난 2022년 4월 만우절을 맞아 SNS상에서 화제가 된 가상 이미지가 실제 출시로 이어진 사례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회사명과 경적 소리를 조합해 '현차는 빵빵' 베이커리를 가상으로 선보였고 소비자들이 정식 출시를 요청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GS25와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양 사는 여름철 무더위를 고려해 카스텔라 사이에 크림치즈 아이스크림을 채운 샌드형 빙과로 제품을 구체화했다.
GS25는 상품 패키지에 현대자동차 인기 차량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랜저, 싼타페, 아이오닉 9, 넥쏘 등 대표 모델 20종을 띠부씰 스티커로 제작해 무작위로 동봉했다. 공동 마케팅도 전개한다. GS25는 순금 열쇠와 최신형 아이폰을 경품으로 내걸었고 현대자동차는 띠부씰 스티커를 모두 모아 인증한 고객에게 제주도 여행 패키지를 증정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와 협업한 PB 스낵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칩을 스낵으로 재해석한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 칩'이다. 반도체 산업과 편의점 업계가 전에 없던 콜라보를 택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는 세븐일레븐과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SK하이닉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제품명을 '허니 바나나 맛(Honey Banana Mat)'으로 구성하고 스낵 모양은 HBM 반도체를 연상시키는 사각형 형태로 제조했다.
이 상품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5만개를 넘어섰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이 제품을 맛보고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며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CU도 지난해 말 교보생명과 함께 교보문고를 모티브로 한 '문장 한입 팝콘'과 '교보문고 향 디퓨저'를 출시해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했다. 당시 교보문고도 강남점에서 '문장 한입 상점' 팝업스토어를 열며 콜라보 마케팅을 함께 전개했다.
◆ 편의점 점포 수도 일본과 비슷…적자생존 나선 업계
편의점 업계가 영역을 넘나들며 차별화 제품을 선보이는 배경에는 시장 과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자리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직면하자 업계는 점포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을 멈추고 점포당 매출을 올리는 질적 성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편의점 점포 수와 전체 매출액은 △2021년 5만765개(28조5700억원) △2022년 5만3837개(31조3600억원) △2023년 5만4875개(32조8300억원) △2024년 5만4856개(33조5700억원) △2025년 5만3266개(33조6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특수로 4000개 이상 폭증했던 점포 수는 엔데과 함께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던 매출 규모도 지난해 들어 정체기에 직면했다.
특히 국토 면적이 4배, 인구가 2.5배에 달하는 일본의 편의점 점포 수(약 5만7000개)와 비교할 때 국내 편의점 점포 현황은 지나치게 과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업체 간 출혈경쟁을 부추겨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올리브영과 다이소까지 상품 취급군을 확대하면서 편의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편의점 상위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BGF리테일(CU)이 2.8%, GS25가 2.1%로 모두 2%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식품과 잡화 중심에서 벗어나 뷰티와 패션 상품군을 강화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과 손잡고 '퀵커머스(즉시 배송)' 경쟁에도 뛰어들며, 온라인으로도 유통망 확장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만의 독자적인 PB 상품은 필수 경쟁 요소로 자리 잡는다. 최근 편의점 4사가 CJ제일제당과 손잡고 인기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콜라보 간편식들을 앞다퉈 선보인 것도 독자적인 PB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급부상하면서 산업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종 결합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편의점의 시장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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