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가를 경영승계 절차가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와 맞물리게 됐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1차 숏리스트 확정 이전에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번 회장 선임은 경영 성과 평가를 넘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현직과 외부 후보에게 얼마나 공정한 경쟁 조건을 제공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과 관련해 "정부 라인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된 최종안은 보고됐다"며 "KB금융지주가 숏리스트 작업을 하는 7월 3일 전에는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주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다수 예정돼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 관련 모범규준과 법률 개정안을 함께 고려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개선안 발표 시점이 KB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와 사실상 맞물린 셈이다.
다만 개선안의 세부 항목과 모범규준·법률 개정의 시행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관련 개선안의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도 개선안이 기존 모범규준의 큰 틀을 유지하되 일부 보완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7월 3일 이전 개선안 발표가 곧바로 KB금융의 진행 중인 회장 선임 절차에 새 기준을 의무 적용한다는 뜻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KB금융은 이달 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회추위는 앞서 마련한 회장 자격요건 세부 기준을 토대로 내·외부 후보군 각 10명, 총 20명으로 구성된 롱리스트를 검토했고, 이를 내·외부 각 6명씩 12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다음 달 3일 12명을 6명으로 추리는 1차 숏리스트를 확정한다. 이어 8월 27일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후보군을 3명으로 줄이고, 9월 11일 2차 인터뷰와 심층평가,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 검증을 거쳐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절차를 밟고, 11월 중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양 회장의 현 임기는 11월 20일까지다.
KB금융은 이번 절차에서 외부 후보의 경쟁 여건을 보완하는 장치를 내놨다. 1차 숏리스트 선정 이후 8월 27일 인터뷰까지 약 두 달의 준비 기간을 두고, 회추위원과 외부 후보 간 사전 간담회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외부 후보가 이름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익명성도 보장할 방침이다.
KB금융은 외부 후보에 대한 심층 평판조회와 내부 정보 제공, 확대된 인터뷰 시간, 두 차례의 인터뷰 기회도 기존 장치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1차 숏리스트 확정 뒤 약 두 달의 준비 기간과 회추위원·외부 후보 간 사전 간담회를 추가했다. 외부 후보의 정보 접근성과 준비 시간 측면의 불리함을 줄이려는 장치를 단계별로 보완한 것이다.
KB금융의 공정성 보완은 외부 후보 인터뷰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회추위는 승계 절차 개시 전 회장 자격요건과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마련했고, 지난달 15일에는 회추위원만 참석한 주주 간담회를 열어 주주가 바라는 차기 회장의 자질과 역량, 경영승계 절차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양 회장 임기 만료 약 5개월 전에 절차를 시작하고 최종 후보 확정까지의 기간을 3개월로 늘린 것도 후보군 검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후보군 구성 이전부터 평가 기준과 주주 의견을 반영하고, 검증 기간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계는 현직과 외부 후보의 인터뷰 기회뿐 아니라 절차 전반의 투명성을 함께 검증받게 됐다.
양 회장은 실적 측면에서는 연임 평가의 기반을 마련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이익 규모와 자본효율성, 주주환원에서 성과를 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8430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늘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6%를 기록했다. 총주주환원율은 52.4%로 전년보다 12.6%포인트 높아졌으며, 연간 현금배당은 1조5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2%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KB금융은 1조89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사회는 총 4054억원의 분기 현금배당과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그러나 이번 승계 절차의 평가는 실적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지배구조 개선안이 공개된 뒤 KB금융 회추위가 새 기준의 취지를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지, 후보 검증 기준과 평가 절차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지, 외부 후보에게 실질적인 경쟁 기회를 제공할지가 함께 주목받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승계에서 중요한 것은 현직 회장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가 외부 후보와 비교 가능한 공정한 절차 안에서 평가받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KB금융 승계는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직후 진행되는 만큼 회추위가 후보별 평가 기준과 검증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