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공수처·국수본과 수사권 중복 불가피…'정치경찰' 우려도"


'대변화의 시대, 형사사법의 방향' 형사사법포럼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11회 형사사법포럼이 열렸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기존 수사기관과 수사권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 체계 아래 놓인 중수청이 오히려 '정치검사' 문제를 '정치경찰' 문제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장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대변화의 시대, 형사사법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형사사법포럼에서 "중수청법 제2조는 단지 죄명만을 기준으로 중대범죄를 나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대범죄의 특성이나 기준에 대한 언급 없이, 예컨대 범죄의 중대성을 판단할 때 기초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일정 이상의 법정형 또는 선고형'과 같은 기준을 이용하지도 않았다"며 "현행 중대범죄 정의에 의하면 다른 수사기관인 국수본, 공수처, 특사경과의 수사권 중복·경합 사례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도 수사기관 간 사건 이첩과 재이첩 과정에서 복잡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변호사는 "중수청과 경찰, 중수청과 특사경 간 이중 경합은 물론 중수청·경찰·특사경의 3중 경합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며 "관련 절차 규정이 완비된 상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준호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은 다수 수사기관 체제에서는 각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중첩되는 사건은 전문성이 높은 기관이 원칙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지청장은 "현재 수사기관들의 상호 관계를 조정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할 법률 규정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요·대형 사건 발생 시 수사 주체와 범위에 혼선이 생기지 않게 기준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수청의 독립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중수청장 임명과 수사관 인사 체계가 행안부 영향권 아래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박 본부장은 "중수처법상 인사제도는 기존의 법무부-검찰 관계와 비교해볼 때 행안부나 행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더 독립적·중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기소 완전분리 반대론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정치검사' 문제를 '정치경찰'의 문제로 치환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11회 형사사법포럼이 열렸다. /김해인 기자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행안부 장관의 중수청장 수사지휘권을 놓고 "수사의 정권 종속 제도화를 위한 것으로서 삭제돼야 한다"며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 경찰, 국수본부장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이 없는 것을 고려할 때 수사지휘권을 인정해야 할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중수청의 성패가 법률 전문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법률전문성이 없는 중수청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며 "검사 인력의 흡수를 포기한 상태로 중수청을 출범시키는 것은 폭포를 향해 나아가는 배에 조타수조차 두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 사건 초기 단계에서의 검경 협력 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단순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경찰이 실질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본부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이 영국의 '조기조언(Early Advice)' 제도보다 훨씬 좁고 약한 형태의 협력만 규정하고 있어 부실수사와 수사지연의 가능성이 구조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조언은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기 전 검찰에 수사 관련 자문을 요청하는 제도다. 중요·민감·복잡한 사건에서는 이를 권고하고, 사망·강간·중요 성범죄 사건에서는 언제나 조기조언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전건송치주의를 전부 또는 일부 범위에서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수사 진행단계에서 검사와 경찰의 협력을 현재보다 확대·강화하는 것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서 조기조언이 필요한 범죄군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는 국수본·중수청·공소청 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상세히 규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봤다. 한 교수는 "다수 수사기관 간의 상호 견제는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과거 검찰이 독점했던 권력을 분산시키고 수사·기소 과정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치열한 절차적 과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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