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카카오의 노사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총수 김범수 창업자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 노조의 요구안이 그룹 전체에 퍼져 있는 만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인물이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전일 파업을 앞두고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안건은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 체계와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의 고용불안 해결방안이다. 현재 노사는 교섭 진행 상황이나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진전은 없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카카오 노사 문제는 교착 상태에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한 주요 계열법인 5곳은 성과급 규모와 재원의 구성, 고용 안정성 등에 있어 내부적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았다. 이후 본사 노사는 2차 지노위 조정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0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오는 29일 전일 연차파업 '로그 오프 데이'를 예고했다. 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겠다 밝힌 바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노조가 요구하는 바가 임금 인상률이나 성과급 비율 등의 재무적인 부분에 한정돼 있다면 오히려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 쉬울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카카오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쇄신과 보상 체계 점검 등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담론이 포함돼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 노조는 정신아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그가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의장직과 본사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과 보상체계 수립 등의 주요한 결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구조에서다. 그러나 정 대표가 2023년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그룹 주요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법 리스크 발생 이후 등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그룹 내 주요 결정은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리더인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창업자는 2022년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는 그룹 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직함만을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가 경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4년이다. 당시 김 창업자와 카카오 그룹이 사상 초유의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맡았다. 김 창업자는 2025년 3월 건강상의 이유로 CA협의체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내에서 김 창업자의 영향력과 위치는 여전히 공고하다"며 "현재 경영진과 날을 세우고 있는 노조 내부에서도 김 창업자와 손발을 맞춰 회사를 키운 직원들이 포함된 만큼, 신뢰성과 상징성이 남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카카오 사태를 일으킨 경영진 선임 과정과 계열사 정리 작업 등 주요 경영적 결정에 김 창업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을 것"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창업자는 이날부터 본격화되는 '시세조종' 재판 항소심 대응에만 나설 뿐, 이번 사태 해결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노사 갈등이 임금 협상을 넘어 조직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라며 "창업자이자 실질적 리더로 평가받는 인물이 침묵을 이어갈 경우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실망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IT업계에서도 노조와 경영진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창업자가 직접 대화에 나서며 갈등을 완화한 사례가 있었다"며 "카카오 역시 지금은 창업자의 책임 있는 중재와 소통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한다. 김 창업자는 2023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주가를 띄우는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김 센터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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