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축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황혼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기네스북의 역사를 새로 썼다. 메시는 23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와 조별리그 J조 2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의 2-0 승리와 함께 32강 진출을 견인했다.
3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메시는 오스트리아전 멀티골을 포함해 대회 초반 2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키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순히 골을 넣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가 넣는 골 하나하나가 월드컵 역사의 기록 자체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승리를 넘어 메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넘어선 월드컵 통산 최다 골(18골)과 최다 승리(18승), 로타어 마테우스를 초월한 최다 경기 출전(28경기) 및 최다 출전 시간(2,489분)이라는, 당분간 그 누구도 깨뜨리기 힘든 4대 대기록을 동시에 수립했다. 39세의 나이에도 그라운드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메시의 위엄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경탄케 하고 있다.
기네스북이 "우리는 역사를 목격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후보로 꼽히는 메시는 이제 '최고의 선수'를 넘어 '최고의 월드컵 선수'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나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를 고민할 시기에 메시는 월드컵 무대에서 여전히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지만 경험과 경기 이해도, 그리고 결정력은 오히려 더 완성된 모습이다. 메시는 지금 단순히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설을 완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시즌 미국 MLS 개막전에서 메시와 맞대결을 펼친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라는 점이다. 당시 LA FC의 손흥민은 인터 마이애미의 메시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손흥민이 메시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MLS는 이후 올스타 베스트11을 발표하며 손흥민과 메시를 나란히 공격진에 배치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가 한 팀에서 뛰는 그림은 북미 축구 팬들의 기대를 폭발시키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선수는 각자의 커리어에서 비슷한 위치에 서 있다. 한 명은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며, 다른 한 명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공격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에서 처한 상황은 극명하게 다르다. 메시는 중심인데, 손흥민은 논란의 중심이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절대적 중심으로 활약하는 동안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서 포지션과 출전 시간을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33세가 된 손흥민 역시 네 번째 월드컵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 내 역할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손흥민은 한국 공격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었다. 공격 전개, 득점, 결정적 패스까지 모든 공격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 홍명보호는 세대교체와 전술 변화 속에서 젊은 공격 자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의 출전 시간도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경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손흥민이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국 대표팀이 가진 가장 확실한 무기 역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월드컵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다.
하지만 월드컵은 미래를 위한 실험장이 아니라 현재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나이가 아니라 영향력이 기준이어야 한다.메시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나이가 아니다. 39세라서 뛰는 것이 아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뛰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위해 전술을 짜고, 동료들은 메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메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다. 33세는 현대 축구에서 결코 은퇴를 논할 나이가 아니다. 특히 공격수의 경우 경험과 판단력이 오히려 절정에 도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손흥민의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기 영향력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만약 손흥민이 여전히 상대 수비를 흔들고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출전 시간 감소는 오히려 팀 전력의 손실이 될 수 있다. 메시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들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반면 손흥민은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대표팀 내 역할 축소 논란에 직면해 있다.
물론 메시와 손흥민은 다른 선수이고,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선수층도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한국 대표팀은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가?"
메시는 39세에도 기록을 만들고 있다. 손흥민은 33세에 아직도 충분히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월드컵은 이름값으로 뛰는 무대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이만으로 밀려나는 무대도 아니다. 지금 한국 축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세대교체 자체가 아니라, 세대교체와 경쟁력 사이의 균형이다. 그리고 그 균형의 중심에는 여전히 손흥민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 운명의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