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아티스트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 팬카페 등을 통해 일방향으로 마음을 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조공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만 가까워진 거리만큼 경계가 흐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는 변화한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과거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는 일방향에 가까웠다. 팬들은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마다 선물을 보내며 진심을 전했고 아티스트는 무대와 작품으로 이에 화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촬영 현장 응원, 기부 문화, 지하철·버스 광고가 자리 잡았고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역조공까지 확산하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조공 문화는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전하는 것으로 종속국이 종주국에 예물을 바치던 행위에 빗댄 표현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콘서트 개최일 등을 맞아 선물을 준비하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선물의 종류도 다양했다. 명품 브랜드 제품을 비롯해 의류 액세서리 전자기기 영양제 등 실물 선물이 주를 이뤘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선물을 준비했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팬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팬덤 규모가 커지면서 조공 역시 팬들의 애정과 결속력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공 문화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아티스트 개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현장 전체를 응원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속사 차원에서 개인적인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현재 에스파 아이브 엑소 하츠투하츠 등 다수의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마음만 받겠다"며 선물 조공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팬들의 응원 방식도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차와 분식차, 도시락 서포트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 음반 재킷 촬영 현장, 콘서트 연습 현장 등에 커피와 간식을 보내며 아티스트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함께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마음이 현장 전체를 향한 격려로 확장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역사에 생일 축하 광고, 데뷔 기념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기부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팬들은 취약계층 지원과 동물보호단체 후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고 있다.
꼭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더팩트>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팬앤스타>의 경우 팬들이 모은 무지개별을 통해 생일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포인트를 모아 목표를 달성하면 다양한 장소에 축하 광고가 게시되는 방식이다. 팬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아티스트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팬들의 응원 방식이 달라지는 동안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도 자리 잡았다. 바로 역조공이다.
역조공은 조공의 반대 개념으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과거 팬들이 일방적으로 응원을 보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다. 매년 수많은 팬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녹화 현장을 지키는 만큼 출연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팬들을 위해 도시락 음료 간식 등을 준비한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준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시작된 문화는 현재 역조공을 대표하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형태도 더욱 다양해졌다.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굿즈와 생활용품, 귀가 시 사용할 수 있는 교통비 카드 등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물품을 제공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음악방송 사전녹화 현장에서도 역조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전녹화가 새벽 시간대에 진행되는 만큼 아티스트들은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도시락과 간식, 음료 등을 제공한다.
최근 그룹 엑소는 정규 8집 앨범 'CROWN(크라운)' 활동 당시 사전녹화 현장에서 뜻깊은 역조공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선물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매일 다른 문구가 적힌 수건을 준비했다. 간식 역시 매일 다른 구성으로 준비해 정성을 더했다.
역조공은 콘서트와 팬미팅 현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부산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직접 준비에 참여한 선물 세트를 팬들에게 전달했다. 단체 포토카드와 메시지 카드, 우양산, 마스크팩, 향수 등 실용적인 물품들로 구성된 선물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 역시 팬미팅 현장에서 쿨방석과 미니 선풍기, 키캡 열쇠고리, 타투 스티커, 아크릴 스탠드, 포토카드 등이 담긴 선물 키트를 준비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품부터 기념품까지 세심하게 구성해 호응을 얻었다.
팬들이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기부를 진행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아티스트 역시 팬덤의 이름으로 선행에 동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수 임영웅이다. 임영웅은 최근 생일을 맞아 소속사 물고기뮤직과 함께 팬클럽 '영웅시대'의 이름으로 자선기금 '저소득 취약계층 환자 지원' 사업에 뜻을 모아 총 2억 원을 기부했다. 팬들이 보여준 응원과 나눔의 문화를 아티스트가 다시 선행으로 화답한 셈이다.
이처럼 역조공 문화는 단순히 선물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팬이 응원을 보내면 아티스트가 화답하고 그 마음이 다시 응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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