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중 6개 하락한 코스닥…'동전주' 상폐 칼바람에 위기 고조


동전주 219개·시총 8조원…상폐 현실화 땐 코스닥 충격 불가피
주식병합 24배 급증…상장 유지 위해 기업들 안간힘

오는 7월부터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이 적용되는 가운데 코스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장폐지 후보군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증시 랠리로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동전주들의 생존 환경도 한층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되면서 국내 증시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동전주가 200개를 웃도는 가운데 코스닥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장폐지 후보군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어 동전주들의 생존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상장사 가운데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사 2877개 가운데 7.6%에 해당한다.

시장별로는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42개, 코넥스 29개 순이었다. 이들 동전주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5조5075억원, 코스피 2조4413억원 등 총 8조원을 웃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가장 큰 변화는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새롭게 포함된 점이다. 개정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상장 유지 기준도 전반적으로 강화된다.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현행 150억원에서 다음 달 200억원으로 높아지고 내년부터는 300억원까지 상향된다. 코스피 역시 200억원에서 300억원, 이후 5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공시위반 기준 역시 최근 1년 누적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강화된다. 특히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공시위반은 단 한 차례만으로도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상장사들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전주 상장폐지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주식병합을 공시한 기업은 21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개사 대비 24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감자 공시를 낸 기업도 118개사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동전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의 과도한 주식병합과 감자를 제한하는 등 우회 수단도 차단하기로 했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코스닥에서 이탈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집중되는 가운데 코스닥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동전주 상당수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의 투자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1795개 가운데 1145개(63.8%)가 하락했다. 이 가운데 440개 종목은 30% 이상, 695개 종목은 20% 넘게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4.4%에 그쳤다.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를 앞세워 9000선을 돌파하는 동안 코스닥에서는 대부분 종목이 하락세를 보인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부진의 배경으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쏠림' 현상을 꼽는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727조원으로 코스닥(10조원)의 70배를 웃도는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주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강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이른바 'S7'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며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상대적 부진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도주 열기가 식고 금리가 안정되는 국면에서는 바이오 등 소외 업종의 반등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주도주 피크아웃과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제도 강화와 코스닥 침체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연간 100~220개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리종목 지정과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실제 상장폐지 사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주식병합만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기 어려워진 만큼 실적 개선과 재무 건전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퇴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코스닥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동전주들의 생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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